변명만 되풀이한 軍…“청해부대, 백신 이상반응 우려” 해명

21일 박재민 국방차관 라디오 인터뷰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 시인
승조원 PCR 결과 기다리는 중 확진자 더 나올 수도
“마지막 기항지 감염의심, 철저히 조사할 것”
  • 등록 2021-07-21 오전 10:17:59

    수정 2021-07-21 오전 10:48:38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박재민 국방부 차관이 사상 초유의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코로나19 백신접종 계획을 보다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질병관리청과 국방부 간 해외 파병부대의 백신접종 문제에 대해 “구두 협의”한 것은 맞다면서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을 우려해 백신접종을 할 수 없었다는 해명만 되풀이했다.

자기 식구를 끝까지 챙겼어야 했을 국방부가 방역당국과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통상적 수준에 그쳤음에도 똑같은 변명만 늘어놨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재민 국방차관은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청해부대는 한 나라가 아니고 바다를 이동하며 임무를 수행하는 함정이기 때문에 백신 이송에 필요한 콜드체인 시스템 등 여건 상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해외파병 임무 수행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청해부대 장병들을 태운 버스가 20일 오후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날 버스를 탄 청해부대 한 장병이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뉴스1).
출항 전 미리 접종할 수는 없었냐는 일각의 지적에는 “청해부대 34진의 출항 날짜가 2월8일이었다. 파병 전에 예방접종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당시 돌이켜보면 백신 수급은 예민한 문제였다. 처음 의료진이 맞기 시작했고, 한국 장병 필수요원이 맞은 건 4월 이후였다“고 설명했다.

진행자가 “이상반응이 염려됐다면 기항지에서 일주일 정도 머물면서 맞힐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이상반응이 염려됐다면 의료진을 배로 보내 대처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없었는가”라고 재차 묻자 박 차관은 “전날 장관도 사과 뒤 언급했던 것처럼 우리 군이 그렇게 좀 더 세심하게, 면밀하게 검토를 하고 살폈어야 되지 않았나라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애초 공해상에 떠 있는 청해부대는 이상반응 대처의 어려움을 우려해 질병청과 구두 협의 이후 구체적인 논의나, 백신접종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특히 이 발언은 청해부대 301명의 승조원 가운데 247명(82%)이 집단감염으로 중도 귀환한 다음날 나와 비판 여론을 키우는 상황이다.

군 당국이 파병부대 백신 수급 대처에 소극적어었다는 것은 물론, 파병 장병들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상 유례없는 집단감염이 발생한 감염원 파악 여부에 대해선 “지난 6월 28일에서 7월 1일 사이에 현지에서 군수품 적재가 있었다”면서 “당시 기항지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되지 않았겠느냐고 강력하게 추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7월 1일까지 마지막 군수 적재 이후 7월 2일부터 증상자가 나왔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 어떤 문제가 있지 않았겠느냐고 추정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박 차관은 “현지에서 도선사 한 명이 함정에 탑승했는데 상호 간 방호복을 착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군수품을 적재할 때도 현지인과 접촉 없이 적재할 물품을 앞에 쌓아놓으면 방호복 입은 요원들이 가서 적재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일부 승조원이 이탈했을 가능성과 관련해선 “정확하게 조사를 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40도의 고열이 났는데도 타이레놀 두 알을 먹여서 그냥 돌려보냈다는 제보에는 “추가적인 확인을 하겠다”, “철저히 조사할 계획”이라고만 재확인했다.

현재 조기 귀국한 청해부대원들은 사전에 배정된 의료기관과 생활치료센터로 각각 분리 이송됐으며,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박 차관은 “정확도 측면에서 다시 PCR 검사를 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며 “(확진자가) 늘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월 해군 구축함 문무대왕함을 타고 아프리카 소말리아 인근 아덴만으로 떠난 청해부대 34진 장병들이 최근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됐다. 부대원 301명 가운데 247명이 확진돼 부대원 전원이 20일 조기 귀국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2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청해부대 34진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사진=국방부).
서욱 국방부 장관 등 주요 군 관계자가 20일 성남공항에 착륙한 다목적공중급유수송기 앞에서 청해부대 34진 장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청해부대 34진은 아프리카 현지에서 문무대왕함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조기 귀국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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