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금융사가 부실화하기 이전에 선제 지원하는 ‘금융안정계정’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가 이르면 오는 25일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어 예금보험공사에 금융안정계정을 설치하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논의한다.
금융안정계정은 금융사가 부실화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경제 위기 등으로 금융사가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을 때 유동성을 공급하려는 취지로 일종의 안전장치를 두는 것이다. 예보기금 내 별도 계정을 설치해 운영한다. 미리 마련해둔 예금보험기금을 활용하기 때문에 정부 재정이 투입되지 않는다. 위기가 터진 후에야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는 지금의 방식보다 신속하고, 금융사가 예보에 내는 보증 수수료로 운영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적다.
예금보험공사는 지급보증 방식을 통해 현재 예보기금만으로 120조원 이상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재훈 예보 사장은 “공적자금 투입은 최후 수단이고, 특정 금융회사가 유동성 위기로 어려움에 빠졌다면 스스로 적립한 자금을 바탕으로 지원하는 게 순서”라며 금융안정계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계기로 시스템 리스크 예방과 부실 처리 비용 최소화를 위해 이미 제도를 운영 중이다. 국내에선 최근 24년 만에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이라는 변수까지 등장하면서 금융안정계정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원회도 조속히 입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은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과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예보법 개정안 2개다.
2022년 10월 레고랜드 사태, 작년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으로 부각된 금융안정계정은 21대 국회에서도 도입이 논의되다가 무산된 바 있다. 당시 개정안은 자금 지원 여부를 예보가 단독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었다. 이번 국회에서 발의된 개정안들은 금융위가 요청하면 예금보험위원회가 의결하는 등 이런 문제들을 수정·보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