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특정인의 잘못이나 제도 부재가 아니라 ‘경영 실패’라는 네이버 임원의 글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사태는 규제를 아무리 겹겹이 쌓아도 해결해줄 수 없는, 다른 곳에서 또다시 무너질 수 있는 기업 경영 사례라는 것이다.
| 김남선 네이버 CFO가 지난해 한국은행 명사초청 특강에 나섰을 당시 모습.(사진=네이버) |
|
5일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링크드인 게시글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기업이 중장기적이고 펀더멘털한 소비자 가치를 제공하기보다, 근시안적인 외형 지표만 찍고 보려는 유혹을 못이긴 사례”라면서 “티메프 사태의 근원은 지극히 평범한, 흔히 관찰 가능한 경영의 실패 사례에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김 CFO는 “매출채권이 회수되는 주기보다 재고 구매와 매입채무 상환 주기가 긴 경우, 특히 매출이 성장하는 기간에 기업은 ‘무이자 유동성’의 덕을 본다. 이 현상을 잘 기획하고, 공격적으로 활용하면서 안정적인 유동성 관리를 한다면 경영자와 사업가에게 성장의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아마존과 쿠팡을 들었다. 당기의 변동 수입을 미래를 위한 고정비 등에 재투자함으로써 소비자 편의와 후생을 증진시키는 게 그들의 전략이자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것이다.
김 CFO는 “가장 끝판왕은 초기에 가입비를 회원으로부터 받아 그 재원으로 1년 내내 마진 개선을 위한 고정비와 전략적 상품 개발 및 조달에 사용하는 코스트코다. 심지어 매년 멤버십 재가입으로 이같은 흐름이 연장되는데 그 결과로 소비자에게 경쟁력있는 상품을 경쟁력있는 가격에 수십년째 제공하고 있으며 결국 승자는 소비자와 납품사들”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어느 업종이나 판촉 행위는 필요하다”면서도 “티메프의 경우 마켓플레이스 사업자로서 남기는 당기 수수료 수입을 본인들의 미래에 사용하지않고 더 큰 규모의 할인혜택 등 ‘당기의 변동비’에 전부 소진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CFO는 “근시안적인 행위를 부추긴 것은 중장기적이고 펀더멘털한 소비자 가치를 창출하기란 어렵고 고단한 일인 반면, 단기 수요를 유인할 ‘사탕’ 지급은 경영자의 고민이 필요없을 정도로 달콤하고 쉽기 때문 아닐까”라고 반문하며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