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국왕, 탁신 前총리 사면후 막내딸 신임 총리 승인

사면 후 자유 얻은 탁신, 정계 복귀 가능성 솔솔
신임 총리 막내딸 앞세워 막후 권력 행사 우려↑
탁신, 사면까지 수감 생활 전무해 특혜 논란
  • 등록 2024-08-18 오후 6:10:39

    수정 2024-08-18 오후 6:10:39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37세 나이로 최연소 태국 총리에 선출된 패통탄 친나왓이 국왕의 최종 재가를 받았다. 패통탄의 부친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는 사면됐다. 그동안 추측으로만 제기됐던 탁신 전 총리의 막후 권력 행사 가능성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태국의 신임 총리로 선출된 패통탄 친나왓이 18일(현지시간) 마하 와찌랄롱꼰 국왕의 승인식에 참석하기 전 부친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와 포옹하고 있다. 부패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탁신 전 총리는 전날 사면됐다. (사진=AFP)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CNN방송 등에 따르면 마하 와찌랄롱꼰 태국 국왕은 이날 의회에서 지난 16일 가결한 패통탄의 신임 총리 선출안을 승인했다. 이로써 패통탄은 태국의 제31대 총리로 확정됐다. 역대 최연소 총리이자 잉락 전 총리에 이은 두 번째 여성 총리이며, 사상 첫 부녀 총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전날에는 태국 왕실이 패통탄 총리의 아버지인 탁신 전 총리를 사면했다. 왕실은 “국왕이 사면 대상자들에게 자신을 향상시키고 나라를 이롭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업계 재벌 출신인 탁신 전 총리는 2001~2006년 제23대 총리를 지냈으나, 2006년 왕실·군부와 대립하다 쿠데타로 실각했다. 해외에서 떠돌던 탁신 전 총리는 2007년 자신의 세력이 총선에서 승리하자 이듬해 귀국했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부패 혐의 재판이 진행되자 곧바로 다시 영국으로 망명했다.

그는 자신과 가깝게 지내던 프아타이당의 세타 타위신이 총리에 오르자 15년 간의 망명 생활을 접고 지난해 8월 귀국했다. 귀국 직후 탁신 전 총리는 법원으로부터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으나, 선고 당일 가슴 통증과 고혈압, 불면증 등을 호소하며 병원에 입원했다.

건강을 이유로 1주일 뒤 탁신 전 총리의 형기는 1년으로 감형됐고, 올해 2월에는 가석방 명단에 포함됐다. 이후 6개월 만에 이번 사면까지 이뤄진 것이다. 형기를 채우기까지 얼마 남지 않긴 했으나 패통탄이 총리로 선출된 지 하루만에 돌연 사면이 이뤄진 것이어서 다양한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막내딸인 패통탄을 차기 총리로 내세운 뒤 탁신 전 총리가 막후에서 권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그간의 추측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패통탄과 달리 탁신 전 총리는 재임 시절 포퓰리즘 정책으로 농민과 빈민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누렸다. AP통신은 패통탄이 총리로 선출된 것도 탁신 전 총리의 정치적 후광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패통탄은 탁신 전 총리의 정계 복귀 가능성에 대해 “아버지에게 조언을 구할 수는 있지만, 나만의 생각이 있다”며 탁신 전 총리가 행정부에서 어떤 역할도 맡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누구도 아버지에게 일어났던 일을 반복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국가 중대사를 우선시하고, 모든 당사자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패통탄은 정치 입문 후 불과 3년여 만에 총리 자리까지 올랐다. 그는 2021년 10월 탁신 전 총리의 여동생, 즉 고모였던 잉락 친나왓 전 총리(2011~2014년 재임)가 창당한 정당 프아타이당 자문 역으로 정치에 처음 발을 들였다. 이후 2022년 3월 프아타이당 총재에 올랐고 이번에 총리에 선출됐다.

한편 탁신 전 총리는 단 하루도 감옥에서 보내지 않고 해외 도피 및 병원 생활만 하다가 완전히 풀려났다. 이에 젊은층을 중심으로 특혜 논란이 일고 있으며, 공정한 사법 질서에 대한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선 반정부 시위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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