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코로나 백신에 쏠리는 '세계의 눈'…美, 14일부터 백신 접종

신규 확진자 23만명 훌쩍, 사망·입원자 '사상 최악'…화이자 백신 승인 속도
'팬데믹 게임체인저' 이목 집중…"안전이 변수" 미국인 26% "백신 안맞을 것"
  • 등록 2020-12-13 오후 4:29:04

    수정 2020-12-13 오후 9:25:16

미국 제약업체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긴급 승인을 위한 미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 회의가 지난 10일(현지시간) 열리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과연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세계 최고의 의료기술을 보유한 미국이 이번 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나서면서, 들불처럼 번지는 코로나19를 잡을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 14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

12일(현지시간) AP,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문기구인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는 이날 회의를 통한 표결에서 ‘11 대 0’으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1일 늦은 밤 서둘러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에 대한 긴급 사용을 승인한 지 불과 하루 만이다. 백신은 FDA 내 백신·바이오 약제 자문위원회(VRBPAC)가 FDA에 승인을 권고한 후 FDA가 이를 허가하고, 다시 CDC 내 ACIP가 회의를 거쳐 권고한 후 CDC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FDA의 역할은 백신 배포를 위한 승인까지이고, 실제 사람들의 팔에 접종하려면 CDC 내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하는 셈이다. 로버트 레드필드 CDC 국장의 승인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ACIP는 애초 13일로 회의를 계획했다가, 12일로 급히 앞당길 정도였다. 백신 승인의 행정 절차가 사실상 3일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오는 14일부터는 실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그램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의 최고운영책임자(COO) 구스타브 퍼나 육군 대장은 브리핑에서 “14일 오전부터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이 미국 전역의 145개 배송지에 도착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는 “병원들이 직원들부터 긴급 접종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지역 약국을 비롯해 각 주 정부가 지정한 접종 시설로 배포가 끝나는 시점은 약 3주 후다.

미국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은 나라인 동시에 백신 개발에 가장 속도를 올린 국가다. 미국이 접종에 나서는 건 팬데믹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지를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미국의 백신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기류다. 스티븐 한 FDA 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파괴적인 전염병 대유행의 대응에서 중대 이정표”라고 말했다. ACIP 자문위원인 피터 실라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소아과 교수는 “백신 승인이 코로나19 팬데믹 종결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퍼나 COO는 백신을 실은 상자를 포장한 이날을 1944년 6월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 작전 실행일인 ‘디데이’에 비유했다. 그는 “디데이는 2차 세계대전에서 중대한 전환점이었다”며 “그것은 종결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지점이 바로 그곳”이라고도 했다.

신규 확진자·사망자·입원자 ‘최악’

미국이 급히 백신을 내놓은 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첫 접종에 돌입한 영국에서 일부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어떻게든 백신 도입의 속도를 올려야 한다고 재촉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승인 과정에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지금 당장 백신을 나오게 하라”며 “FDA 국장은 무책임한 태도를 버리고 생명을 구하라”고 압박했다. 한 국장은 심사 중인 백신을 두고 “신속하게 승인하겠다”는 성명까지 이례적으로 발표했다.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도 CNN과 인터뷰에서 “정부는 화이자와 모더나 등 6개 제약업체로부터 최대 30억회 투여분의 백신을 구매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조바심을 낼 만큼 미국 내 팬데믹은 심각하다. 존스홉킨스대 집계를 보면, 11일 기준 하루 신규 확진자는 23만1775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망자 수는 3309명으로 나왔다. 코로나19 추적 프로젝트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코로나19 입원 환자는 10만8044명으로 파악됐다. 11일 하루간 코로나19 3대 지표가 모두 사상 최악을 보인 것이다.

1차 팬데믹의 진원지였던 뉴욕시는 다음 주부터 다시 식당 실내 영업을 금지하기로 했다. 뉴욕시는 9월 30일 식당 실내 수용 인원의 25% 범위에서 손님을 받게 했는데, 2개월 반 만에 다시 규제에 들어갔다.

문제는 너무 촉박하게 진행한 데 따른 안전성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하면서 정치적인 문제로 비화한 측면 역시 있다. AP와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가 3~7일 미국 성인 남녀 11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백신을 맞겠다는 응답자는 47%에 그친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응답자의 26%는 아예 맞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FDA를 이끄는 한 국장은 “외압은 없었다”며 “이 백신은 FDA의 철저한 기준을 충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백신을 꼭 맞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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