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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4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
12일(현지시간) AP,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문기구인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는 이날 회의를 통한 표결에서 ‘11 대 0’으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1일 늦은 밤 서둘러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에 대한 긴급 사용을 승인한 지 불과 하루 만이다. 백신은 FDA 내 백신·바이오 약제 자문위원회(VRBPAC)가 FDA에 승인을 권고한 후 FDA가 이를 허가하고, 다시 CDC 내 ACIP가 회의를 거쳐 권고한 후 CDC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FDA의 역할은 백신 배포를 위한 승인까지이고, 실제 사람들의 팔에 접종하려면 CDC 내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하는 셈이다. 로버트 레드필드 CDC 국장의 승인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ACIP는 애초 13일로 회의를 계획했다가, 12일로 급히 앞당길 정도였다. 백신 승인의 행정 절차가 사실상 3일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오는 14일부터는 실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그램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의 최고운영책임자(COO) 구스타브 퍼나 육군 대장은 브리핑에서 “14일 오전부터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이 미국 전역의 145개 배송지에 도착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는 “병원들이 직원들부터 긴급 접종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지역 약국을 비롯해 각 주 정부가 지정한 접종 시설로 배포가 끝나는 시점은 약 3주 후다.
심지어 퍼나 COO는 백신을 실은 상자를 포장한 이날을 1944년 6월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 작전 실행일인 ‘디데이’에 비유했다. 그는 “디데이는 2차 세계대전에서 중대한 전환점이었다”며 “그것은 종결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지점이 바로 그곳”이라고도 했다.
신규 확진자·사망자·입원자 ‘최악’
미국이 급히 백신을 내놓은 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첫 접종에 돌입한 영국에서 일부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어떻게든 백신 도입의 속도를 올려야 한다고 재촉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승인 과정에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지금 당장 백신을 나오게 하라”며 “FDA 국장은 무책임한 태도를 버리고 생명을 구하라”고 압박했다. 한 국장은 심사 중인 백신을 두고 “신속하게 승인하겠다”는 성명까지 이례적으로 발표했다.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도 CNN과 인터뷰에서 “정부는 화이자와 모더나 등 6개 제약업체로부터 최대 30억회 투여분의 백신을 구매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1차 팬데믹의 진원지였던 뉴욕시는 다음 주부터 다시 식당 실내 영업을 금지하기로 했다. 뉴욕시는 9월 30일 식당 실내 수용 인원의 25% 범위에서 손님을 받게 했는데, 2개월 반 만에 다시 규제에 들어갔다.
문제는 너무 촉박하게 진행한 데 따른 안전성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하면서 정치적인 문제로 비화한 측면 역시 있다. AP와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가 3~7일 미국 성인 남녀 11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백신을 맞겠다는 응답자는 47%에 그친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응답자의 26%는 아예 맞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FDA를 이끄는 한 국장은 “외압은 없었다”며 “이 백신은 FDA의 철저한 기준을 충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백신을 꼭 맞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