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에 알려진 이른바 ‘페트병 사건’ 외에도 2건의 교권침해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경기도교육청은 관련 학부모 3명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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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호원초 교사 사망사건은 2021년 6월과 12월 의정부 호원초에 근무하던 두 교사가 각각 자택 인근에서 숨진채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학교측은 두 교사에 대한 사망 경위서에 극단적 선택에 대한 언급 없이 추락사로 도교육청에 보고했다.
하지만 서이초 사건 이후 사망한 교사 유족측에서 해당 교사들이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학교의 책임 회피에 시달렸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교원단체들도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청했다.
사건이 불거진 뒤 도교육청은 지난 4개 부서·13명의 합동대응반을 구성해 8월 10일부터 9월 18일까지 한달이 넘는 기간 동안 감사에 착수했다. 이후 조사된 내용을 경기도교권보호위원회에 교육활동침해 여부를 심의한 결과 2021년 12월 사망한 교사 이영승씨에 대한 교육활동침해행위 3건이 확인됐다.
이 사건은 2016년 이영승씨가 첫 부임하던 해 벌어진 일이다. 당시 이씨가 진행하던 수업 중 페트병 자르기를 하던 학생이 손을 다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해당 학생의 학부모는 학교안전공제회로부터 보상금 200만 원을 지급받았음에도 ‘2차 수술’을 이유로 사건 이후 군 복무 중인 이씨에게 지속적인 연락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9년 복직한 이씨는 계속되는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못해 자신의 월급에서 매달 50만 원씩 8차례에 걸쳐 총 400만 원을 사비로 지급한 사실이 도교육청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숨진 이씨에 대한 학부모 민원은 이뿐만 아니었다. 이씨가 숨지던 2021년 3월부터 12월까지 또다른 학부모는 코로나19로 인한 학생 출석인정 문제 등으로 이씨에게 지속적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왔고 주고받은 문자만 39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결과 확인됐다.
같은해 12월 6일부터 이씨가 사망하는 날까지 또다른 학부모는 자신의 자녀와 갈등이 있는 학생의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이씨가 학생인권 문제로 어렵다고 답변하자 지속적인 전화 연락과 학교까지 방문하는 등 무리한 생활지도를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태희 교육감은 “이같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교육청은 우선 교육활동을 침해한 학부모 3명에 대해 어제(20일)부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수사해달라고 의정부경찰서에 공식 의뢰했다”고 밝혔다.
임태희 교육감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학교 현장에서는 많은 선생님들이 여러 민원을 겪고 있을 것”이라며 “이제 선생님들께서 이런 일을 당할 때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말고 교육청이 마련한 교권보호 핫라인이나 SOS 법률지원단 등 제도를 활용해 교육청이 나설 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임 교육감은 이어 “그간 소수의 학부모나 학생에 의해 전체 분위기가 망가지고 선생님들이 괴로움일 이기지 못하고 목숨을 끊는 학교 현장이 돼 있었다”며 “이번 수사의뢰를 교육청이 나서서 하는 것은 이런 관행을 경기도 교육에서만큼은 바로잡겠다는 의지다. 앞으로도 이런 유형의 조치를 분명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경기도교육청 조사에서 고 이영승 교사보다 앞서 같은해 6월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고 김은지 교사에 대한 교육활동침해 행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임 교육감은 “김은지 선생님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 교육활동침해 행위와 관련된 구체적 주체나 유형 등에 대한 내용들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