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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상장 1호 기업’이란 수식어를 달고 있는 카페24는 이재석(사진·49) 대표 말대로 이유 있는 적자 기업(지난해 연간 실적 기준)이다. 테슬라 상장 조건인 당장은 적자라해도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카페24가 드디어 테슬라 1호 기업이 되기 위해 한 발 더 다가섰다. 지난 27일 한국거래소에 테슬라요건 상장을 위한 예비상장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테슬라 상장을 준비중인 기업 중 가장 빠른 행보다. 이데일리가 청구서를 낸 이날 이 대표를 만나 향후 투자계획과 기업가로서의 경영철학 등에 대해 들어봤다.
“전자상거래 시장, 이제 전화기 발명된 초보수준”
카페24는 인터넷 쇼핑몰을 차리려는 업체에게 쇼핑몰 솔루션과 광고·마케팅·호스팅 인프라 등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기업이다. 쇼핑몰들은 카페24를 통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온라인 상점을 내고 있다. 총 110만개 업체가 카페24를 이용하고 있다.
이 대표에겐 장기투자 외 천착하는 키워드가 한 가지 더 있다. 신뢰다. 이 대표는 “비즈니스가 잘 되려면 ‘합리성과 신뢰’ 두 축이 있어야 하는데 합리성은 무너져도 다시 고민해 확보할 수 있지만 신뢰는 한번 무너지면 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래서 투자자든 직원이든 모든 관계에서 항상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페24가 직원들에게 높은 수준의 복지를 제공하고 있는 것도 이 차원이다. 한 달에 한 번, 주 4일 근무를 실행하고 7년 근속자는 한 달간의 유급휴가를 쓸 수 있게 하면서 직원들의 이 대표에 대한 신뢰가 쌓여가고 있다.
카페24, 1분기 처음 10억원 이익…투자자들도 관심
이 대표의 아낌없는 R&D 투자는 올 들어 빛을 보고 있다. 2011년 이후 줄곧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 1분기 처음으로 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1분기 매출도 27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 증가했다. 투자자들도 카페24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는 지난 8월 카페24 신주인수권부사채(BW) 매입하는 방식으로 250억원을 투자했다. 카페24사의 코스닥 상장 주간사를 맡은 미래에셋대우(10억원)·유안타증권(10억원)·한화투자증권(5억원)도 BW를 사들였다.
카페24는 상장 후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쇼핑몰 솔루션 서비스를 넘어 경영 컨설팅 등을 포함한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이는 카페24가 미국 진출을 시도하는 자신감이기도 하다. 시가총액 10조원에 이르는 쇼피파이(Shopify) 등이 미국의 솔루션 플랫폼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해 공개하면 승산이 있다는 것. 카페24는 미국을 포함, 일본, 중국, 대만, 필리핀 등에 현지법인을 설립, 해외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이 대표는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무한하다고 봤다. 그는 ‘전자상거래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에 손사래를 치며 “현재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벨이 전화기를 발명한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제 첫발을 뗐을 뿐”이라고 정반대 평가를 했다. 그는 “AI가 인간의 표정만 보고도 어떤 상품을 원하는지 파악해 몇 분 안에 원하는 장소에 물건이 배달되는 시장이 열릴 것”이라며 “우리가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서비스와 기술을 계속 개발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재석 대표는… 1993년 포항공과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한국코트렐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1999년 카페24를 설립했다. 2015년 대한민국 창조경제 대상 미래창조과학부장관상, 2016년 한국공학한림원 젊은공학인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