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6월까지 보고 금리 인하 깜빡이를 켤지 말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ECB가 6월 금리를 인하할 경우 유로화, 달러화 등의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어서다. ECB의 금리 인하가 유로화 약세로 이어져 달러화 강세를 더 자극할 경우 금리 인하의 전제 조건인 원·달러 환율 안정이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은은 일방적인 유로화 약세 가능성이 낮아 달러화 강세로 제한적이라는 의견이다.
한은은 19일 ‘4월 금융·경제 이슈’에서 “향후 미국와 유로지역 통화정책간 차별화가 예상되고 있으나 양 지역의 금리 및 환율 동조성이 약화될지 여부에 대해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3월중 미국의 고용, 물가지표가 시장 예상을 상회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크게 감소한 반면 ECB는 6월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등 통화정책 차별화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은은 “금리 동조화의 원인이었던 미 달러화의 영향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통화정책이 차별화되더라도 금리 동조화가 크게 약화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수년간 미 달러화의 영향력이 강화되면서 미국 경제지표가 주요국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되면서 미국, 유로지역의 국채금리가 동조화되는 현상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미국과 유로지역의 통화정책 차별화가 이뤄지면서 금리 동조성이 약해지더라도 환율, 금리차가 단순한 일대일의 인과관계를 가지지 않는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은 “유로지역 금리가 미국에 비해 더 하락하더라도 반드시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 경기 호조가 글로벌 리스크 선호로 이어질 경우 달러화 강세폭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늦어지더라도 뒤늦게라도 인하가 가능하다는 기대감은 살아있는 데다 미국 경기 호조가 유럽 등 여타 지역의 호조세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