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사퇴를 선언했다. 국회의원직은 물론 대선 예비후보의 자리도 내놨다. 부동산 투기 의혹 대상자로 지목된 직후다. 내년 대선에서 부동산이 핵심 이슈인 상황에서 당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
윤 의원의 사퇴는 단기적 관점에서 국민의힘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양당 모두 받았음에도 사퇴를 선언한 의원은 윤 의원 뿐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이 아킬레스건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 사퇴를 선언한 의원은 전무했다. 해당 의혹에 소명과 상관없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민주당과 차별화를 꾀했다. 민주당은 의혹 의원들에게 탈당을 권유했지만 후속조치는 미흡했다는 평가다.
|
하지만 일각에서는 윤 의원의 사퇴선언이 당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탈탕요구를 받은 의원들의 선택지를 축소했기 때문이다. 해당 의원들은 무죄를 주장하며 권익위 조사의 부당성을 강력하게 꼬집고 있다. 윤 의원의 사퇴는 이들의 항변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꼴이 됐다.
탈당 요구를 받은 의원들이 10일 내 탈당하지 않으면 당 윤리위원회를 꾸려 관련 작업을 진행한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현재 방침이다. 그런데 윤 의원이 사의 표명까지 한 마당이라 10일이 지난 시점까지 ‘처분 여부’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수밖에 없게 됐다.
|
여론의 향배도 변하고 있다. 윤 의원이 사퇴를 통해 검증의 칼날을 피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부친의 농지법 위반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런 탓에 오히려 해당 의혹의 검증 요구가 봇물 쏟아지듯이 터져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앞다퉈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김두관 의원은 26일 윤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두고 “전형적인 투기 수법”이라며 부친이 세종시 땅을 구입할 당시 윤 의원이 국가산단 용역을 담당한 KDI에서 근무했다고 했다. 그는 “윤 의원이 KDI 근무하면서 얻은 정보를 가지고 가족과 공모를 해서 투기한 것이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나중에 상속을 하면 큰 딸인 윤 의원이 상속 받을 확률이 매우 높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 의원은 “KDI가 국가주요정책을 용역하기 때문에 KDI의 임직원들 부동산투기 전수조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성향의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고문마저도 “재빠르게 튄 것”이라며 윤 의원 부친의 세종시 농지 구입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윤 의원과 부친 간에 연결고리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윤 의원의 손을 들어준 당 지도부에도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윤 의원의 선택이 묘수가 아닌 악수로 돌변할 수 있는 셈이다.
윤 의원은 이런 논란에 반박했다. 그는 “수사 회피하는 것은 가능하지않고 오히려 고대한다”며 “본인 및 가족은 어떤 조사에도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자회견에 밝힌대로 부친의 토지 매입과정에서 전혀 관여한 바 없으며 수사과정에서 요청이 있을 경우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제출하겠다”고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윤 의원은 “사퇴쇼라 비난하기보다 다수당이신 민주당이 본회의에서 가결하셔서 사퇴를 완성시켜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