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은 지난 20일 157.90엔을 기록하며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엔화가치는 하락)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일본은행(BOJ)이 19일 기준금리를 동결했음에도 미·일 장기금리 격차가 오히려 확대한 영향이다. 연준은 내년 인플레이션 재발을 우려해 금리인하 속도가 둔화할 것이라고 예고했고, BOJ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정책 등 미국의 상황을 살피며 금리인상을 늦추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미·일 장기금리 격차가 줄어들 것이란 기존 전망이 뒤집혔고, 엔화가치는 지난 17일부터 불과 3일동안 5엔 가까이 급락했다. 결과적으로 일본 외환시장에선 일본 당국이 실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달러·엔, 최근 2주간 5% ‘출렁’…“실개입 요건 충족”
우선 연말연시 공휴일이 많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개입 경계감을 키운다. 올해 4월 말~5월 초 일본의 황금연휴 기간에도 투기세력이 시장 참가자들이 줄어든 틈을 타 엔화가치를 달러당 160엔대까지 끌어내린 바 있어서다.
다음으론 일본 재무성에서 시장 개입 실무를 지휘했던 칸다 마사토 전 재무관의 구두개입 발언을 통해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칸다 전 재무관은 2022년 9~10월 실개입 당시 “반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25% 정도 엔저 방향으로 변화했다”며 “이는 급격한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근거하면 엔화가치는 6개월 전과 비교해 미 달러화 대비 1% 상승한 수준이어서 급격한 움직임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10월 “연초 이후 달러·엔 환율이 20엔 이상의 변동폭을 보인 것도 하나의 (판단) 요건”이라고 했다. 지난 20일 기준 달러·엔 환율의 연초대비 하락폭은 17엔 수준이다. 실개입 요건을 충족하려면 달러화 대비 엔화가치가 3엔 가량 더 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칸다 전 재무관은 올해 3월 “2주 동안 4%의 변동은 도저히 완만하다고 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달러·엔 환율 변동성이 최근 2주 동안 5%를 웃돌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개입 요건을 충족한 셈이다.
닛케이는 “2022년 9~10월 약 한 달 동안 세 차례 개입했을 때에는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 하지만 올해 7월 실개입에 나섰을 때에는 ‘연초 이후 20엔 이상’ 요건만 충족했다”며 “세 요건 중 하나만 충족해도 실개입에 나서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구두개입 강도·투기세력 포지션 규모는 “아직 여유”
하지만 그동안 실개입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현재 구두개입 수준은 아직 경계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지금까지 일본 당국은 구두개입 강도를 꾸준히 높이면서 포석을 깐 뒤에 실개입에 나섰다. “환율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겠다”로 시작해 서서히 엔저에 대한 경계감을 높이고 실개입 직전 단계에선 “모든 수단을 배제하지 않고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고려하면 아직까진 실개입까지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투기세력이 보유한 ‘총알’, 즉 실개입 효과 측면에서도 개입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헤지펀드 등 비상업 부문(투기세력)의 엔화 매도 포지션은 지난 17일 기준 5961계약(약 750억엔)에 그친다. 실개입 때마다 수만 건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미츠비시UFJ은행의 이노 테페이 수석 애널리스트는 “투기세력의 엔화 매도 보유고는 지난 7월 엔저가 진행했을 때만큼 쌓여 있지 않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서 당국이 엔화를 매입하면 되레 달러화를 매수(엔화 매도)할 새로운 여지만 제공한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간사이미라이은행의 이시다 타케시 외환 전략가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는 내년 1월 20일까지는 개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실개입에 회의적인 전문가들조차 연말연시 시장 참가자 감소에 따른 변동성 확대에 대해선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