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없는 세상 만들어요" 식품업계, 점자 표기 확대

시각장애인 정보 접근성 향상...점자 적용 확대
한정판 점자 표기 과자, 노치 표기 우유...다양한 제품 눈길
  • 등록 2023-11-06 오전 10:28:02

    수정 2023-11-06 오전 10:28:02

오뚜기 제공.
[이데일리 문다애 기자] 11월 4일 제 97주년 점자의 날을 맞아 시각장애인의 권리 신장과 삶의 질 향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점자의 날은 1926년 11월 4일 송암 박두성 선생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6점식 한글 점자를 만들어 반포한 것을 기념하는 날로, 2020년 12월 점자법이 개정되면서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소비자 생활과 가장 밀접한 품목을 선보이는 식품업계는 다양한 제품에 점자를 표기하며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 및 취식 편의성 제고에 동참해왔다. 주요 먹거리인 라면과 컵밥, 용기죽 등에 점자 표기가 적용된 데 이어, 제품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점자나 노치로 기재한 과자, 우유도 등장해 눈길을 끈다.

오뚜기, 컵라면·컵밥·용기죽 제품 패키지에 점자 적용

시각장애인은 주로 촉각에 의존해 제품을 선택하고 사용하기 때문에 제품 형태나 용도를 혼동하기 쉽다. 이에 오뚜기는 컵라면과 컵밥, 용기죽 등 다양한 제품에 점자 표기를 적용,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 향상에 힘쓰고 있다.

오뚜기는 2021년 9월 컵누들 김치·얼큰 쌀국수를 시작으로, 컵라면 전 제품에 점자를 확대 적용했다. 점자 적용은 컵라면의 물 붓는 선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시각장애인들의 의견에 따른 것으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의 협조를 받아 점자 위치 및 내용, 가독성 등을 검토한 뒤에 도입됐다.

현재 오뚜기 컵라면 용기 겉면에는 제품명과 물 붓는 선,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여부를 나타내는 기호가 점자로 새겨져 있다.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점자 위치를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점자 배경은 검은색, 점자는 흰색으로 인쇄한 것도 특징이다.

일상식으로 자리잡은 용기죽과 컵밥에도 점자 표기를 적용했다. 용기죽은 제품 뚜껑 스티커에 기업명과 제품명을 투명 점자로 새겼다.

컵밥에는 제품명과 조리법을 나타내는 기호를 점자로 적었다. 채식 재료만을 사용한 ‘두수고방 컵밥’, 밥 양을 20% 늘려 든든하게 즐길 수 있는 ‘오뚜기 컵밥’, 3분 카레·짜장을 활용한 ‘카레·짜장 컵밥’ 등에 점자를 표기했다. 추후 컵밥 전 제품으로 확대해 나간다.

오뚜기는 정보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난해 11월부터 임직원 명함에 점자를 적용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같은 해 12월에는 ‘2022 한국장애인인권상’ 시상식에서 민간기업부문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21년 신설된 민간기업부문 상은 장애인인권헌장과 장애인차별금지법 정신을 실천하는 기업에게 수여한다. 오뚜기는 사회적 책임 경영을 통해 장애인 인권 증진 및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과자·우유에도 점자 표기 확대 움직임… “노치 표기도 늘려갈 것”

식품업계는 과자, 우유 등 소비자 수요가 많은 품목에 시각장애인 편의성 향상을 위해 점자를 도입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흰 지팡이의 날’을 기념해 제작한 한정판 점자 표기 ‘아몬드 빼빼로’ 4000개를 10월 21일 서울시각장애인연합회가 주최한 흰 지팡이의 날 기념행사를 통해 후원했다. 제품 전면 상단에는 ‘빼빼로 아몬드’가, 하단에는 빼빼로의 브랜드 메시지인 ‘빼빼로로 마음을 나누세요’가 점자로 적혀있으며, 측면에도 ‘빼빼로 아몬드’를 점자로 새겼다. 후면에는 상자 개봉을 위한 ‘열림’ 표기를 적용해 취식 편의성을 높였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 4월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과 취식 편의성 제고를 위해 점자 및 노치 표기 확대에 나섰다. 기존 ‘나100%우유’ 3L에만 적용했던 점자 표기를 ‘나100% 우유’ 2.3L와 ‘아침에주스’ 대용량 제품까지 확대한 것이다. 이후 ‘뼈에쏙쏙 고칼슘우유’ 930mL에는 카톤팩 특성을 감안해 ‘노치(notch:지붕형 종이팩 상단 일부의 한곳을 반원형으로 도려낸 표시)’ 표기를 도입했으며, 점자 및 노치 표기 제품 수를 점차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각장애인들이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먹거리를 구입, 취식할 때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점자 표기를 확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와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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