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세대(80년대학번·60년대생) 엉덩이가 너무 무겁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당직자가 한 말이다. 당의 주류인 86세대가 비대해 후배 정치인이 활동할 공간이 없다는 의미다. 이들을 비하하는 ‘똥팔륙’이란 멸칭도 심심찮게 나온다. 기득권에 저항하던 민주화 세력이 민주당의 중심이 되자 오히려 혁신의 대상이 되어버린 아이러니다.
|
대선 앞두고 ‘이준석 돌풍’이 불안한 민주당
26일 정치권을 강타한 ‘이준석 돌풍’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시선이 불안하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차지하며 바람을 일으키자 여권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30대인 이 전 최고위원이 당권을 잡을 경우 쇄신 아젠다를 빼앗기고 내년 대선에서도 불리한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젊은 피를 내세워 국민적 관심을 가져가는 것도 부럽다. 민주당 역시 지난 2일 임시 전당대회를 치렀으나 코로나19 사태 속 경쟁주자 모두 ‘친문’(친문재인)에 기대며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송영길 대표를 비롯해 경쟁했던 홍영표·우원식 의원 모두 다선 의원으로 신선함도 없었다. 30대 원외 인사가 돌풍을 일으키고 다수의 초선 의원들이 출마한 국민의힘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민주당에서 쇄신파로 분류되는 조응천 의원은 “(국민의힘과)불과 한 달 전 우리당 전당대회를 보면 비교가 되지 않나”며 “국민의힘은 보수적이고 고루한 포마드 바른 아저씨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이제 민주당보다 훨씬 더 젊은 정당, 변화하는 정당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도 말로만 2030 이야기하지 말고 마음을 열고 2030의 눈높이로, 2030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게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청년세대의 민심이반을 극복하고자 의견 청취를 서두르고 있으나 정작 이들을 대변할 젊은 목소리는 찾기 힘들다. 4·7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일부 초선의원들이 쇄신을 내걸었으나 친문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비판받은 후 꼬리를 내린 게 대표적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86세대 출신 다선 의원들 사이에서 젊은 의원들이 움직일만한 여유 공간이 없다”며 “어설프게 세대교체를 외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자조했다.
세대교체론 직면한 ‘빅3’… 박용진 “집에 가시라”
박 의원은 “야당이 세대교체론으로 들썩이고 혁신바람이 불고 있는데 민주당은 누가 어느 대선주자를 미느냐를 놓고 쟁탈전이 벌어지고, 줄 세우기, 대세론 안주 등 과거로 가고 있다”며 “경선일정 연기 논란을 마무리 짓고 현 당헌당규에 규정된 일정에 따라 경선을 준비해달라”고 당 지도부에 촉구했다.
반면 86세대에 속하는 이광재 의원은 “‘꼰대’의 기준은 나이가 아니라 생각”이라며 “나이로 재단하는 세대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대교체’이며 시대를 보는 안목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반박의견을 내놓았다.
세대교체론 유탄을 맞은 ‘빅3’도 대응에 나섰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 전 최고위원의 선전에 “대한민국에 큰 변화를 만들어올 새 바람이 불고 정치에 역동성과 신선함을 줄 수 있다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날 라디오에서 야당의 변화를 놓고 ‘장유유서’(長幼有序 어른과 어린아이 사이에는 사회적인 순서와 질서가 있다는 뜻)를 언급했다가 뭇매를 맞자 “민주당은 그것(국민의힘)보다 더 큰 변화를 위해서 노력을 해야 된다는 의미”라 정정했다.
이낙연 전 대표 역시 전날 서울권 대학 언론연합 청년기자단 간담회 후 “그런(세대교체) 요구가 있다는 것을 직시할 필요가 있으며 청년 정치인의 수요가 있다”면서 “상당수의 국민이 청년 지도자를 갈망하고 있다는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