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간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국회의 계엄 해제안 결의 등으로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단기적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국내 주식시장의 펀더멘털 이슈가 아닌 만큼 급락시 매수 대응이 유효하다는 진단도 내놓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저녁 서울역TV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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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4일 “한국 증시는 계엄령 발표와 해제 등 정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나 한국 CDS 프리미엄이 안정을 보였고, 원화와 해외 ADR 등이 변동성 확대 후 일부 안정을 보였다는 점은 우호적”이라며 “오늘 채권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수급이 결국 주식시장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관련 수급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달러·원 환율은 순식간에 1444원대까지 폭등했으며 미국에서 거래되는 MSCI 한국 지수ETF(티커 EWY)도 한 때 6% 넘게 폭락하기도 했다. 불안한 상황이 이어졌으나 새벽 1시경 국회에서 190석 의석 전원 찬성으로 계엄 해제한이 결의되고 4시30분 국무회의에서 계엄해제안이 의결됨에 따라 6시간 만에 계엄 사태가 종료됐다. 오전 7시 기준 환율은 1410원 후반까지 내려왔다.
증권가에서는 비상 계엄령 선포 이슈가 빠르게 해소되었다는 점에서 밤사이 한국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는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한국 정부가 금융 시장 안정화를 위해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상목 부총리는 금융 및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무제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으며 한국 은행도 긴급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하여 금융 시장 안정화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상 계엄령 선포가 예산 축소 등 긴축 재정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이슈로 작용 가능성이 있으며 여야간 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재정정책의 긴축 기조가 다소 완화될 수 있다”며 “비상 계엄령이 선포된 이후 의회가 소집되고 계엄령 해제가 빠르게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한국 정치 시스템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시장 이탈 가능성은 배제하기 힘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 고유의 정치 불확실성이 증폭된 상태이므로 향후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소지가 있다”면서도 “기재부, 한은 등 당국의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가 적극적으로 시행될 수 있는 만큼 그 변동성 증폭의 지속력은 제한적일 것”이라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 이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가 불가피하며 단기 변동성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상 계엄 선포 직후 해제됐고 이 과정에서 환율, 야간 선물 시장 등 낙폭이 축소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융시장 충격 강도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특히 국내 증시와 환율 시장이 극심한 저평가 영역에 위치한 만큼 점차 안정을 찾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