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부상에도 국민의힘 웃지 못하는 이유는

차기 대권 지지율 쑥…여권 주자들도 제처
당내 유력주자 지지율 2% 안팎…대항마 부재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 지각변동 현실화 전망
  • 등록 2021-03-10 오전 11:00:00

    수정 2021-03-11 오전 8:21:01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정치권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주목하고 있다. 총장직을 내려놓은 이후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잇따라 1위 차지하면서 여권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지만, 제1야당인 국민의힘으로선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1년 뒤 대선에 나설 뚜렷한 대항마가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당내 인사들의 선호도는 2%를 넘지 못했다.

(그래픽= 이동훈 기자)


윤석열, 사퇴 후 지지율 1위 휩쓸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23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윤 전 총장이 32.4%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24.1%,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9%였다. 이어 무소속 홍준표 의원(7.6%), 정세균 국무총리(2.6%),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2.5%), 심상정 정의당 의원(2.1%), 유승민 전 의원(2.0%), 원희룡(1.3%) 등 순이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6주 전(1월 22일) 실시된 같은 KSOI 여론조사 때의 14.6%보다 무려 17.8%포인트 치솟았다. 반면 이 지사의 지지율은 당시의 23.4%보다 소폭(0.7% 포인트) 올랐고, 이 대표는 16.8%에서 1.9% 포인트 내렸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문화일보 의뢰로 지난 6~7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윤 전 총장은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1위를 차지했다. 전국 만 18세 이상 1000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28.3%로 선두로 올라섰다. 이 지사는 22.4%, 이 대표는 13.8%였다. 윤 전 총장과 이 지사 간 격차는 5.9%포인트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이내다.

정치평론가들은 이에 대해 국민의힘이 새로운 인물을 찾지 못했고, 당내 대권 주자들은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사의를 표명한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후보 지지율 1위를 휩쓸었다.(사진=방인권기자)


보선 결과 따라 ‘헤쳐모여’ 시나리오 솔솔

이로 인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어떤 식으로든 정계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각종 시나리오도 등장하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보궐선거 이후 한국정치는 모든 게 대통령 선거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며 “다만 야권에서 대권주자가 없다보니 당연히 정계 개편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당내 주자가 있지만, 경쟁력 면에서 요즘 거론되는 후보들에 많이 뒤처지기 때문에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며 “이에 야권은 윤 전 총장이든 외부 인물을 찾아 데리고 와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서는 야권 후보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엠브레인퍼블릭이 뉴스1 의뢰로 지난 7~8일 서울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09명을 조사한 결과, 안철수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나서면 46.2%의 지지율로 박영선 후보(38.7%)에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 단일후보로 오세훈 후보가 나서도 오 후보가 43.1%로 박 후보(39.3%)에 오차범위 내에서 우세했다.

다만, 단일화 무산을 가정한 3자 대결에서는 박 후보가 35.8%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안 후보가 26.0%, 오 후보가 25.4%의 지지율을 얻었다.

야권 단일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는 안 후보가 지지도와 경쟁력 측면에서 오 후보를 모두 앞섰다. 지지도에서 안 후보는 34.4%, 오 후보는 29.4%를 기록했다. 경쟁력에서도 안 후보는 36.6%로 오 후보(28.7%)를 앞섰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다. 이상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을 참고하면 된다.

그러나 서울시장 야권 단일화 결과와 보선 결과에 따라 정계 개편이 윤곽을 드러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 정치평론가는 “오세훈 후보가 단일화에서 이긴다고 가정하면 본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에 진다고 해도 중도층(안 후보 중심)보다는 국민의힘이 힘을 받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헤쳐모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오 후보가 당선되면 당에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만약 오 후보가 안 후보에 진다는 국민의힘은 주장할 것이 아무것도 없게 된다”면서 “이렇게 되면 당밖에 있는 안철수나 제3지대를 중심으로 헤쳐모여가 될 가능성이 높아 재창당의 주역이 바뀐다. 국민의힘에서 이탈할 사람을 나가고 제1야당이 재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민의힘 내부 경선에서 오 후보가 유력 주자였던 나경원 후보를 앞선 것은 이명박·박근혜 색깔을 지우고 중도층으로 외연 확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방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재창당을 해도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평가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더욱이 여당도 다를 게 없다는 평가가 적지 않아서다. 국민의힘이 이 같은 혹평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물 발견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선 이후 정계 개편은 틀림없이 이뤄질 것”이라며 “특히 새 인물인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야권은 재편될 수밖에 없다. 제3지대에서 창당을 할지, 아니면 지지기반을 다진 후 기존 야당과 합칠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결과에 달렸다”고 말했다. 윤 총장을 중심으로 창당이나 제3지대 연합 세력이 형성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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