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최악 산불에 보험사들도 손 뗀다…“갱신 거부”

매년 산불 잇따라 보험사 서비스 포기 잇따라
2020~2022년 주택보험 갱신 거부 280만건
  • 등록 2025-01-10 오후 2:09:52

    수정 2025-01-10 오후 3:09:01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캘리포니아주 주민들이 앞으로 주택 보험에 가입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재난이 자주 발생하는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알타데나에서 발생한 이튼 화재로 9일(현지시간) 주택들이 전소된 모습. (사진=AFP)


9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LA카운티에 거주 중인 린 레빈-구즈만은 90세 노부모님의 집 앞마당에 정원 호스를 배치했다. 혹시 모를 화재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는 더이상 보험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직접 대응에 나섰다며 “75년 동안 이 집에 살면서 같은 보험을 유지해 왔는데, 보험사가 화재 보험을 취소했다”고 토로했다.

CNN은 캘리포니아주에서 레빈-구즈만과 같은 상황에 놓인 주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주 보험 담당 부서에 따르면 2020~2022년 보험사들은 캘리포니아주에서 280만건의 주택 보험 갱신을 거부했다. 여기엔 현재 화재가 진행 중인 LA카운티 지역의 53만 1000건이 포함됐다.

CNN은 “대부분이 보험사에 의해 취소됐다”고 짚었다. 캘리포니아주 최대 민간 보험사인 스테이트 팜 제너럴이 지난해 3월 캘리포니아주 전역의 주택 및 아파트 7만 2000개에 대한 보험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 사례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계약 갱신을 거부하게 된 것은 2018~2019년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특히 2018년 캘리포니아주 북부 버트카운티에서 발생한 캠프 산불은 피해액이 125억달러에 달해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2019년에도 대형 산불이 강풍으로 빠르게 번지면서 대규모 피해가 반복됐다.

손실이 커지자 보험사들은 화재 발생 위험 지역에선 더이상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CNN은 보험업계 자체 통계를 인용해 2017~2018년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산불로 10년 동안의 수익에 해당하는 비용을 보험사들이 지불했다고 설명했다.

LA타임스는 “이미 수십만명의 캘리포니아 주민이 저렴한 주택 소유자 보험을 찾고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보험이 취소된 주택 소유자들은 보험 없이 생활하거나,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주정부의 ‘페어(FAIR)플랜’에 의존하고 있다. 페어플랜은 일반 주택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주택 소유주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험료는 더 비싸고 보상 범위는 더 적은 데도 지난 몇 년 간 수요가 급증했다.

이번 산불이 처음 발생한 서부 해안가 부촌 지역인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도 9000개의 주택 중 약 1400개가 지난해 패어플랜에 가입돼 있다. 2020년 대비 4배가 증가한 규모다. 이 지역의 주택 가격은 평균 31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45억 3600만원이다.

이에 따라 패어플랜의 주택 위험 노출액은 지난해 9월 기준 전년 동기대비 61% 급증한 458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 역시 4년 전보다 3배 늘어난 금액이다. 같은 기간 상업용 건물에 대한 노출액은 266억달러로 지난 4년 동안 464% 폭증했다.

비영리 소비자단체인 컨슈머 워치독은 “보험 요율이 40%에서 50%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스테이트 팜, 파머스, 올스테이트 등과 같은 전국 단위의 주요 보험사들 중 대다수가 지난 13개월 동안 25% 이상 요금 인상을 승인했다”고 지적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캘리포니아주에서 생활하는 데 드는 비용이 더욱 비싸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지역을 떠나려는 사람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CNN은 전했다.

한편 플로리다, 루이지애나,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기후변화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에서도 보험사가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보험료가 오르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이는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2008년과 유사한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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