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법원은 5일(현지시간) 구글이 애플 등 스마트폰 웹브라우저에 자사 검색엔진을 기본 탑재토록 한 계약은 반독점법(셔먼법 제 2조)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아미트 헤흐트 연방판사는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 등에 지급한 260억달러는 다른 경쟁업체의 시장진출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며 “이를 통해 구글이 온라인 검색 및 스폰서 텍스트 광고에 대한 독점권을 불법적으로 유지했다”고 밝혔다.
구글은 애플과 삼성 등 스마트폰 제조사, AT&T와 T모바일 등 통신업체 등에 수백억달러를 지급하면서 웹 브라우저와 스마트폰 등 기기에 구글을 기본 검색엔진으로 선탑재하는 계약을 맺어왔다. 구글은 압도적인 검색 기술로 시장을 지배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같은 계약이 새로운 플레이어의 진입을 막았다고 판단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엔진 ‘빙’은 구글과 스마트폰의 배타적 계약 때문에 스마트폰에 기본 검색엔진으로 들어가지 못했고, 결국 사용자를 확대하지 못하고 경쟁에서 배제됐다는 얘기다.
구글은 이같은 계약으로 스마트폰과 브라우저에서 검색 유통을 독점한 뒤, 검색 광고 시장을 장악하고 가격을 인상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결국은 독점에 따라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메흐타 판사는 “스마트폰과 브라우저의 유통을 독점함으로써 구글이 온라인 광고의 가격을 지속적으로 인상할 수 있었다”며 “독점적 권한으로 텍스트 광고 가격을 인상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구글 소송을 제기한 조나단 캔터 법무부 반독점 국장은 이번 결정에 대해 “다음 세대를 위한 혁신의 길을 열어주고 모든 미국인의 정보 접근을 보호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악의 경우 사업 분할도 가능…2000년초 MS사건 이후 없어
만약 행태적 조치를 통해서도 반독점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사업구조를 바꾸는 구조적 조치를 내린다. 구조적으로 사업방식에 문제가 있는 만큼 일부 조직을 분할하거나 매각하는 등 강경한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이를테면 유럽연합은 구글을 상대로 사용자들에게 검색엔진 선택권을 제공하도록 시정조치를 내렸지만, 새로운 검색을 이용한 사용자가 거의 없었던 점을 고려해 법원이 검색사업부문을 아예 분리하는 조치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법원이 기업 분할 조치까지는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2000년 법원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경쟁제품을 불법으로 차단하면서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두개 회사로 쪼개는 분할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항소심은 이를 뒤집었고, 경쟁사 웹브라우저도 함께 탑재하는 식으로 합의를 했다. 이후 법원이 분할명령을 내린 사례는 없다. 이미 사업이 성장한 상황에서 정부가 개입해 매각조치를 내릴 경우 시장에 줄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구글이 항소하기로 한 만큼 합의 또는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내려지려면 앞으로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구글 입장에서는 소송 계류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사업 방식을 조기에 변경해 법원과 합의를 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오픈AI가 챗GPT 검색을 출시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검색서비스인 ‘빙’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적리스크를 털어버리고 ‘진검 승부’를 펼치는 게 더 유리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