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민주당 대선 경선의 분수령인 호남경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대세론을 형성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민주당 핵심 기반인 호남에서의 승리를 통해 바로 본선으로 직행할지, 아니면 이낙연 전 대표가 호남에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 결선까지 승부를 이어갈지가 정해질 것이다.
이 지사측과 이 전 대표측 모두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이재명 캠프 김영진 공동상황실장은 24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화상으로 가진 정례 브리핑에서 “이낙연 후보의 의원직 사퇴와 여러 사안이 반영돼 치열하게 서로 각축전을 벌이고 있지만 이재명 후보가 광주·전남과 전북을 통틀어 과반을 확보해 이후 본선 승리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도록 광주, 전남·북의 권리당원과 시민들이 선택해주리라 예측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누적 득표율 53.71%를 유지할 수 있는 과반 승리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지사가 호남에서 과반 이상을 득표하면 남아 있는 경선과 상관없이 사실상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의원직 사퇴와 이 지사의 대장동 의혹으로 판이 출렁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이 전 대표측은 승리를 자신했다. 이낙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홍영표 의원은 23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호남에서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40%에서 5%포인트 안팎으로 차이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40%대 중반을 득표하고 이 지사가 40%대 초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만약 이 전 대표가 호남서 이 지사를 이긴다면 민주당 경선은 예측불허의 승부로 전개될 것이다. 호남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이 전 대표가 부산·경남과 수도권 경선에서 선전해 결선투표까지 갈 것이고 최종 대선후보로 선출될 수도 있다.
호남 권리당원 20만명 투표, 권리당원 표심은 민심과 거의 일치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운명을 결정할 투표가 현재 진행중이다. 20여만명의 권리당원 가운데 광주·전남은 40.29%, 전북은 35.69%가 온라인 투표를 마쳤다. 광주전남은 25일, 전북은 26일까지 ARS 투표가 가능해 최종 투표율은 5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진행된 충청과 대구·경북, 강원지역 평균 투표율보다 조금 낮다. 추석 연휴와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네거티브가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KBC 광주방송이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21~22일 광주·전남과 전북지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대선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이 지사가 42.3%로 1위를 달렸으나 그 뒤를 이 전 대표가 39.8%로 바짝 쫓았다. 그 다음으로 추미애 전 장관 3.8%, 박용진 의원 2.4%, 김두관 의원 1.8%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100% 무선전화 ARS로 이뤄졌고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대선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이 지사가 37.0%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이 전 대표 24.2%, 박 의원 3.8%, 추 전 장관 3.4%, 김 의원 0.8%순이었다. 호남지역 지지율은 이 지사가 42.4%였고 이 전 대표 31.1%, 추 전 장관 2.4%, 박 의원 2.0%였다. 이번 조사는 100% 무선전화면접으로 이뤄졌고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 전 대표가 앞서는 여론조사도 있다. 무등일보가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20~21일 광주·전남지역 만 18세 이상 남녀 1600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대선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 이 전 대표가 40.4%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이 지사 38%, 추 전 장관 4.6%, 박 의원 2.5%, 김 의원 1.8%순이었다.
|
동정론은 작동, 대장동 의혹은 영향 없어… 광주·전북은 이재명 승리
ARS 조사에서는 이 지사와 이 전 대표가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는데 반해 면접원에 의한 조사에서는 이 지사가 앞서 있다. 기계음을 듣고 응답하는 ARS 조사는 그 특성상 대선후보나 정당의 열성 지지자들이 조사 대상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정당에 가입해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의 특성과 유사하다. 다만 권리당원들은 누가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맞붙어 이길 수 있는지, 누가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는 후보인지 심사숙고한 뒤 투표했을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 지사가 50%를 못 넘을 수 있다. 그래도 1등은 하고 누적 득표율 과반은 달성할 것으로 본다. 사실상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1:1구도라 이 전 대표 득표력도 상당할 것”이라며 “이 지사가 과반을 넘느냐 못 넘느냐는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대장동 의혹이 위기의식을 고조시켜서 지지자들이 결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전 대표가 자신의 출신지인 전남에서 1등을 하고 이 지사는 광주와 전북에서 1등을 해 접전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전남지역에서 의원직까지 던진 이 전 대표에 대한 동정론이 일고 있고 이제 시작한 국민의힘 경선과 보조를 맞추고 민주당 경선 흥행을 위해 박빙 승부를 연출할 가능성도 있다.
호남 정치권 인사는 “이 지사가 10%포인트 정도 앞섰는데, 이 전 대표가 의원직을 사퇴하고 정세균 전 총리까지 중도 낙마하면서 동정론이 일었고 일부 영향을 줬다. 오히려 대장동 의혹은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다”며 “호남서 끝내면 경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국민의힘에 뺏긴다고 생각하는 당원들이 적지 않다. 결선여부와 상관없이 경선 흥행을 위해 반전의 모멘텀을 줄수 있다. 이 지사가 1등은 하겠지만 이 전 대표와 별로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