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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저격수 자처한 안철수, 진중권과 ‘공동 전선’
서울대 의과대 출신에 ‘안랩’ 설립자인 안 대표는 정치인이기에 앞서 젊은층의 롤모델로도 꼽혔던 인물이다. 2012년 본격적으로 정치에 입문하면서 뉴 페이스로 기대감을 모았다. 그러나 지금은 군소정당의 대표로서 정치적 존재감이 희미해진 상황이었다.
정치계의 희망으로 추앙받던 그는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 2018년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서울시) 패배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지난 4·15 총선에서 부활을 기대했으나 역시 난망이었다. 지난 3월 코로나19 피해가 극심했던 대구로 직접 내려가 보름 간 의료봉사를 한 데 이어 국토종주까지 실시했다. 탁상이 아닌 민생 현장을 찾겠다는 의지였지만, 그 노력이 총선에서의 의석 수 확보로 이어지진 못했다.
의원이 3명인 국민의당은 결국 국회 교섭단체에 들지 못했다. 초미니 정당의 대표로서는 정치적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오는 29일 전당대회가 열리는 더불어민주당, 새 당명으로 탈바꿈하는 미래통합당처럼 큰 이벤트가 있는 경쟁 정당들에 가려 주목도 못 받고 있다.
그런 안 대표는 문 대통령 저격수를 자처하기에 나섰다. 정권의 실책을 들추고 비판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오는 날선 발언들이 그 예다.
최근 들어선 진 전 교수와 두 차례에 걸친 ‘안철수 진중권 철권토크’ 유튜브 방송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조국 사태, 부동산 정책 등을 두고 현 정부를 질책했다. 안 대표는 현 정부의 실책은 인사 문제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많은 인재풀 중에 절반 잘라서 우리편만, 그중에서도 내가 만나보고 말을 잘 듣는 사람만 쓰다보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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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세력 태부족… 통합당과 연대 필수”
안 대표는 야권에서 여전히 잠룡으로 꼽힌다. 내년 4월에 있을 서울·부산 재보선을 앞두고 국민의당과 통합당과의 연대론이 꾸준히 오르내리는 이유다. 연대할 시 서로에게 윈윈(Win-Win)이다. 안 대표에겐, 제1야당과의 연대만이 미약한 당세를 넓힐 기회가 된다.
그런 안 대표가 야권 단일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서 당선까지 된다면, 사실상 완벽한 부활을 알리는 셈이 된다. 자연스레 정치적 주가가 올라갈 것이며, 차기에는 대선 후보로도 나설 수 있는 발판이 되기에 충분하다. 두 당이 합쳤을 때 안 대표가 기대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물론 새정치를 표방했던 안철수 신드롬은 이미 사라졌고, 그의 부활을 기대하는 건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부정적인 관측이 제기된다.
이는 지지율에서 드러난다. 엠브레인퍼블릭·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 전문기관이 공동실시한 NBS 8월 3주차(20~22일)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결과에서 안 대표는 4%로 3위를 차지했다. 1, 2위를 다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의원과는 약 20%p 격차가 난다. 이마저도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오른 윤석열 검찰총장은 통계에서 빠진 상태다. 이 조사에서 정당 지지도는 3%에 그쳤다. 이외에도 다른 여러 설문조사에서도 국민의당과 안 대표에 대한 지지율은 한 자릿수를 넘지 못한다.
안 대표가 내년 재보선, 내후년 대선 등에서 뚜렷한 정치적 성과를 보이지 못하면, 대통령의 발목만 잡는 그저 그런 정치인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원내 3석 정당으로서의 영향력 한계를 극복하는 게 급선무라는 설명이다.
신율 교수는 “안 대표의 인지도가 올라가는 건 사실이나 세력이 너무 없다. 가령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은 참신함이 있었기에 의석 수가 모자라도 대통령이 될 수 있었지만 안 대표를 참신한 인물이라고 보긴 힘들다”라며 “그렇다면 기존 정치권에서의 힘의 논리에 따라갈 수밖에 없고, 결국 의석 수가 중요하다”라며 연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안 대표가 정권에 대한 강경 발언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서도 “안 대표가 여권에 대해 반기를 드는 건 인지도뿐 아니라 홍보 측면에서 나쁜 전략이 아니다”라고도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