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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 사퇴 안건이 국회에서 처리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8월 임시국회는 말할 것도 없고 9월 정기국회에서도 사퇴 안건이 본회의에 상정된다는 보장이 없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내로남불 행태를 앞장서 공격했던 윤 의원은 지난 25일 부친의 세종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본인의 연루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며 전격적으로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정권교체의 대의명분과 당을 위해 의원직 사퇴라는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준석 대표까지 나서 사퇴를 말리던 국민의힘은 윤 의원 사퇴건이 민주당의 내로남불 행태를 다시 도마에 올리고 국민의힘이 도덕성에서도 민주당보다 낫다는 명분을 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방향을 바꿔 본회의 상정을 압박하고 나섰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2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 의원 본인의 의사가 확고하기 때문에 그 의사를 존중해 사퇴안을 가결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의 사퇴를 정치적 쇼로 평가절하하고 있는 민주당은 사퇴안 처리에 부정적이다. 윤 의원이 부친의 투기 의혹 관련 수사를 성실히 받는 것이 우선이라며 지도부 차원에서 이를 논의한 적이 없다고 사퇴안 상정에 선을 긋고 있다. 민주당이 윤 의원 사퇴안을 상정해 가결시키면 당장 국민권익위원회가 부동산 투기의혹을 제기한 의원 12명에 대한 거취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행위로 제출한 사퇴안 처리 전례 없어, 경찰 수사로 달라질 수도
윤 의원 사퇴건이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한 이상, 본회의 상정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역대 국회에서 의원들의 사퇴안을 처리한 경우가 적지 않지만, 거의 대부분 선거 출마나 장관직 입각 등이 이유였다. 일신상의 사유로 본회의에서 처리된 사퇴안은 20여건 정도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지난 2019년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소속 의원 108명의 사직서를 제출했다. 당시 문희상 국회의장은 사퇴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았다. 민주당도 지난 2009년에 여당인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을 강행 처리하자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물론 사퇴안은 처리되지 않았다.
윤 의원 역시 사퇴안을 정치적 승부수로 사용했다. 민주당이 이를 용인해줄 리는 만무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의원은 결기를 보여주고 성과를 얻기 위해 사용하는 투쟁 방식이 있다. 삭발과 단식, 의원직 사퇴다. 황교안 전 대표와 문재인 대통령도 각각 공수처법 철회와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을 벌인 적이 있다”며 “부친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윤 의원이 책임을 지겠다며 의원직을 던졌는데, 이게 통할지는 두고 볼 문제”라고 했다.
본회의 상정이 어렵다고 하지만,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우선 여야가 전격적으로 본회의 상정에 합의하는 경우다. 국민의힘은 찬성하는 만큼, 민주당만 동의하면 가능하다. 여권 대선후보인 김두관 의원은 “이것저것 계산하지 말고 사퇴안을 처리하자”고 안건 상정에 적극적이다. 아직 일부 의견이기는 하지만, 민주당도 경찰 수사를 통해 윤 의원의 개입 의혹이 드러나면 입장을 바꿀 수 있다. 윤 의원의 부도덕성이 밝혀진다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탈당 권고를 받은 의원들에 대한 거취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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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은 낮지만 박병석 국회의장이 사퇴안을 직권 상정할 수도 있다. 국회법상 이미 본회의에 계류돼 있는 안건이기 때문에, 끝내 여야간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의장 권한으로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국회 관례상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를 요구하는 것이지, 국회법상 의사일정 작성 권한은 의장에게 있다.
국회법 제76조는 ‘의사일정 중 회기 전체 의사일정을 작성할 때에는 국회 운영위원회와 협의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할 때에는 의장이 이를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법상 협의이지, 합의가 아니다. 또 회기 전체 의사일정이 협의 대상이지, 당일 의사일정은 전적으로 의장 권한 사항이다. 박 의장이 마음만 먹는다면 지금이라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윤 의원의 의사를 물어보는 절차는 한번 더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의장이 본회의에 상정해도 민주당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사퇴안 처리는 할 수 없다. 의결정족수상 재적의원 과반수인 151명이 참석해야 하는데, 민주당 의원이 171명에 달한다. 민주당이 표결에 불참하면 투표 불성립으로 안건 처리 자체가 안된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이기 때문에 각 당에서 의견을 내지 않겠느냐. 당장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급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본회의 상정시 사퇴안 가결 가능성은 반반이다. 인사 안건은 무기명 투표로 이뤄지며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현재 재적 의원은 300명인데,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이 275명으로 전체의 92%를 차지하고 있다. 두 당이 뜻을 모으면 사퇴안 처리가 가능하나 이걸 당론으로 강제할 수는 없다. 더욱이 무기명 비밀투표이기 때문에 의원들의 의사표시가 어떻게 이뤄질지 가늠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 의원이 철회하지 않는 이상 사퇴 안건을 안 올릴 수는 없다. 의장실이 나름대로 시간을 주면서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 수사 결과와 여론 동향, 두 당의 입장에 따라 안건 처리가 정해질 것이다. 여야 의원들이 윤 의원의 정치적 승부수에 손을 들어줄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