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 마산리 고분군 발굴조사, 장고 모양 고분 축조공법 확인

설계 단계부터 정밀한 측량 이뤄져
제사 흔적도 발견, 22일 현장설명회
  • 등록 2024-11-21 오전 11:10:19

    수정 2024-11-21 오전 11:10:19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전남 함평 마산리 표산고분군 발굴조사에서 영산강 유역에 조성된 장고분(장고 모양을 닮은 고분)의 구조와 축조공법을 밝힐 수 있는 단서가 확인됐다.

함평 마산리 표산고분군 발굴조사 전경. (사진=국가유산청)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는 22일 함평 마산리 표산고분군(전남 함평군 학교면 마산리 16-2번지 일원) 발굴조사 성과를 일반에 공개하는 현장설명회를 개최한다. 현장설명회는 누구나 별도 신청 없이 참여할 수 있다.

함평 마산리 표산고분군은 영산강 유역에 분포하는 장고분 중 유일하게 다수의 다른 원형 고분들과 함께 고분군을 이루고 있어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유적 중 하나이다.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는 고분의 구조와 축조방법, 조영 순서를 밝혀 유적 경관을 복원하고, 보존·활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2021년부터 연차적으로 정밀 발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장고분의 구조와 축조공법을 추정할 수 있는 여러 단서를 확보했다. 장고분의 분구(墳丘, 흙을 쌓아 올려 만든 언덕 형태의 봉분)와 도랑은 각각 직경 21.5m, 27.5m인 원의 중심과 교차점을 기준으로 정확하게 구획돼 있어 고분 설계 단계부터 정밀한 측량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함평 마산리 표산고분군 중 장고분 석실과 주변 토층 전경. (사진=국가유산청)
견고한 고분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공법도 확인할 수 있었다. 방형(사각형) 분구는 고분의 중심을 따라 네모난 블록을 먼저 쌓고 이를 기준으로 양쪽에 흙을 쌓아 올렸다. 분구의 경사면 아래쪽은 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제방(둑)의 형태로 흙을 쌓고 점토덩어리(토낭)를 섞어 보다 견고하게 축조했다.

원형 분구는 돌방과 함께 4차에 걸쳐 축조됐는데 방형 분구에 비해 단순하게 쌓아올렸다. 처음에는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경사지게 조성하다 점차 바깥쪽을 높게 쌓는 양상을 보였다. 성토가 진행되면서 원형 분구가 점차 높아지자 방형 분구를 조성해 돌방 축조를 위한 진입로를 확보한 흔적도 확인했다.

함평 마산리 표산고분군 중 장고분에서 나온 주요 출토유물. (사진=국가유산청)
돌방 입구 등에서 당시 장송의례와 관련한 자료도 확보했다. 돌방 입구는 폐쇄 후 다시 파낸 흔적이 확인되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고분의 주인은 생전에 무덤의 외형을 먼저 완성시킨 뒤 나중에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방형 분구 서쪽 모서리에는 고분 위로 올라갈 수 있는 통로가 확인됐다. 도랑에서는 중국 남조에서 수입된 동전 문양 항아리를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토기들이 흩어져 있어 고분 위에서 제사행위가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또한 고분군의 서쪽 경사지에서는 청동기시대 주거지 7동과 석관묘를 추가로 확인해 이 일대가 청동기시대부터 중심지 역할을 했음을 재확인했다.

함평 마산리 표산고분군 중 장고분의 축고과정 추정 모사도. (사진=국가유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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