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인천의 한 교회에서 멍투성이로 발견된 후 숨진 여고생이 5일 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성경 필사와 계단 오르기 등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 50대 여성 교인이 지난 5월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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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실이 공개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여고생 A(17)양은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지난 2월 14일 병원이 아닌 교회로 보내졌다. 치료를 맡겠다는 교회 합창단의 의사를 A양의 어머니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회 설립자의 딸인 합창단장 B(52·여)씨는 신도 C(54·여)씨에게 “난동을 부리거나 말씀을 따르지 않을 때는 마음을 꺾어야 한다”, “여유 가지면 안 되고 물러서면 안 되고”, “엄청나게 야단쳐야 한다”며 사실상 학대를 지시하고 상황을 보고받았다.
신도들은 A양을 교회 내에 감금하고 도망가지 못하게 감시했다. 또 A양이 병원 치료가 필요한 이상 증세를 보이는 데도 몸을 묶는 등 가혹행위를 이어갔다. 5일 동안 잠 못 잔 A양에게 강제로 성경 필사를 시키고, 지하 1층부터 지상 7층 계단을 1시간 동안 오르내리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A양은 “도망가고 싶다. 차라리 정신병원으로 보내달라”고 애원했지만, 합창단장과 신도는 가혹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A양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물을 비롯한 음식물을 전혀 섭취하지 못하는 등 건강 상태가 나빠졌을 때도 치료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들은 오히려 더욱 강하게 결박하기 위해 치매 환자용 억제 밴드를 구매했다. 또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몸의 급소’, ‘병원 발작할 때 묶는 끈’, ‘정신병원 매질’을 검색하며 A양을 학대할 방법만 찾았다.
결국 A양은 지난 5월 15일 오후 8시쯤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4시간 뒤 숨졌다. 이에 검찰은 B씨와 C씨, 또 다른 신도 3명을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첫 재판은 지난 5일 인천지법에서 열렸으며 C씨의 변호인은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하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B씨 등의 변호인들도 “범행의 고의성이나 사망 예견 가능성과 관련해 부인한다”고 언급했다.
이들 3명의 2차 공판은 내달 12일 오전 인천지법 319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