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메모리 겨울론' 여파…삼성전자, 기대 밑돈 성적표(종합)

지난해 4Q 영업익 6.5조…컨센 대비 18%↓
범용 메모리 공급 과잉…HBM은 양산 지연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효과 감소·경쟁 심화
연간 매출액 300조원대 회복…역대 두번째
  • 등록 2025-01-08 오전 10:06:39

    수정 2025-01-08 오전 10:06:39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당초 증권가는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7조원대까지 계속 낮춰 잡았는데, 그마저도 못 미친 6조원대에 그쳤다.

스마트폰, PC 등 정보기술(IT) 제품 수요 둔화가 장기화하면서 레거시(범용) 메모리 반도체 수익성이 떨어진 데다, 스마트폰 사업을 비롯한 완제품(DX)사업이 고전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예상보다 일찍 찾아온 ‘메모리 겨울론’ 여파가 본격화할 경우 올해 실적 역시 회복이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방인권 기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75조원, 영업이익은 6조5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65%, 영업이익은 130.5% 증가했다. 다만 직전 분기 대비로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18%, 29.19%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액 300조800억원, 영업이익 32조73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해 매출액은 258.94%, 영업이익은 6.57% 각각 증가했다. 매출은 역대 최대였던 지난 2022년(302조2300억원) 이후 두 번째로 높았다. 2023년 당시 반도체 업황이 최악으로 치달았다가, 지난해 반등한 덕을 본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로 갈수록 점점 부진을 면치 못했다. IT 업황 둔화와 중국의 저가 공세에 때이른 메모리 겨울론이 현실화하면서다. 스마트폰, PC 등 수요 둔화가 지속한 가운데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같은 중국 기업들의 저가 물량 공세까지 더해지면서 최근 들어 레거시 메모리 가격이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증권가는 3개월 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IT 수요 부진 등으로 메모리 가격이 지속 하락하고 고수익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양산 일정이 미뤄지면서 눈높이를 빠르게 낮췄다. 이날 나온 잠정 실적은 시장의 낮아진 눈높이에도 미치지 못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 증권가 최근 추정치는 7조9705억원이었는데, 이보다 18% 낮은 것이다.

삼성전자는 잠정실적 발표 직후 설명자료를 통해 “반도체(DS)의 경우 IT향 제품 중심 업황 악화로 매출과 이익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메모리 사업은 PC와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범용 제품의 수요 약세 속에서 고용량 제품 판매 확대로 4분기 메모리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지만, 미래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비 증가와 선단 공정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초기 램프업 비용 증가 영향으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비메모리 사업도 가동률 하락과 연구개발비 증가 영향으로 실적이 하락했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신제품 출시 효과 감소와 업체 간 경쟁 심화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역시 실적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반도체 업황 흐름이 최대 관건으로 꼽힌다. 엔비디아에 대한 HBM 공급 여부 역시 관전 포인트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부진한 수요로 당분간 레거시 분야의 부정적인 영향이 지속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5세대 HBM3E의 본격 공급과 중장기적으로는 기술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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