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부통령은 6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팀 월즈를 러닝메이트로 발표하게 된 것이 자랑스럽다. 그는 주지사이자, (풋볼) 코치, 교사, 퇴역군인으로서 자신의 가족들을 위하는 것처럼 노동자 가정들을 위해 (헌신할) 준비가 돼 있다. 그가 우리 팀이 된 것은 끝내주는 일”이라고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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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보다 통합 우선시하겠다는 해리스 의지 반영 결과
해리스 부통령은 러닝메이트 후보로 월즈와 샤피로를 두고 저울질을 해왔다. 이코노미스트는 월즈를 최종 채택한 것에 대해 “당내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결정을 반영한 것”이라며 “더욱 대담하지만 분열을 조장하는 대안(샤피로)과 비교했을 때 더 쉬운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내부적으로도 중도 진영과 진보 진영이 나뉘는데, 샤피로는 중도, 월즈는 진보로 각각 분류된다. 샤피로는 경합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결전지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다. 이 곳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못하면 대선에서 패배할 가능성 작지 않다. 미시간주와 위스콘신주 등 다른 블루월(과거 민주당 우세지역) 경합주 민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CBS뉴스와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유권자 31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펜실베이니아의 지지율은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50%로 동률을 이뤘다.
월즈가 주지사로 있는 미네소타주는 민주당 텃밭으로 꼽힌다. 1972년을 마지막으로 공화당 대선 후보에게 투표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해리스 부통령이 월즈를 택한 것은 약점을 보완하는 ‘방어적’ 인선이 아닌 지지층 결집을 위한 ‘공격적’ 인선을 단행한 결과라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설명이다.
샤피로가 이스라엘을 공개 지지해 당내 분열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해온 친팔레스타인 성향의 젊은 유권자나 아랍·이슬람계 유권자의 투표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해리스 부통령 입장에서 젊은층 유권자는 핵심 지지층이어서 투표 불참시 타격이 크다. 또 경합주 중 한 곳인 미시간에는 아랍·이슬람계 유권자가 다수 거주한다. 샤피로에 대한 반발은 최근 몇 주 동안 월즈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 즉 월즈가 러닝메이트가 된 건 반샤피로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는 것이다.
월즈 개인의 친서민·친근로자 성향이나 정치적 역량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특히 성장 과정이나 정계 진출 과정이 다른 엘리트 정치인과 괴리가 크다. 월즈는 네바다주의 작은 시골 마을인 웨스트포인트에서 태어났다. 6·25 전쟁에 참전한 부친을 따라 고등학교 졸업 후 17세에 군에 입대했고, 네브레스카 소재 채드론 주립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엔 미네소타주 맨카토의 한 고등학교에서 20년 간 교사로 일했다.
월즈는 학업과 생업을 병행하며 24년 동안 비상근 주방위군에서 복무했으며, 2005년 사령관 상사로 전역했다. ‘주말 병사’라고도 불리는 비상근 주방위군은 치안유지, 재해 구난활동이 주요 임무이며 때로는 파병 임무도 맡는다. 전형적인 미국 서민의 성장 과정으로, 교사와 군인 등 헌신적 면모가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정계에 입문한 계기나 이후의 과정도 독특하다. 월즈는 2004년 학생들을 데리고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을 보러 갔다. 일부 학생들이 유세 도중 스웨터를 벗었는데 안에는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존 케리를 지지하는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월즈는 현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쫓겨났는데, 이 과정에서 부시 캠페인 측의 대응에 화가 나 정치 입문을 결심했다.
2006년 미네소타주 남부 농촌 지역을 아우르는 제1선거구에서 하원의원으로 출마해 승리했다. 거의 100년 동안 민주당 후보는 단 한 명만 배출됐던 곳이어서 화제가 됐다. 이후 2018년 미네소타주 주지사에 당선되기까지 자리를 지켰다. 월즈는 2022년 재선에 성공했고, 같은 해 미네소타주 상·하원 모두 민주당이 다수당을 확보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다른 민주당 후보들이 농촌 지역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선거구를 외면할 때에도 그는 12년 동안 같은 지역구를 지켰다. 그가 주지사 재선에 성공하면서 민주당이 8년 만에 상·하원까지 싹쓸이했고, 진보적 법안을 다수 통과시킬 수 있었다”고 짚었다.
월즈가 주지사로 일하면서 미국에서 가정을 꾸리기에 가장 좋은 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데다, 공립학교 지출 확대, 무료 급식 도입, 유급 가족 휴가 제도 도입, 마리화나 합법화, 총기규제 및 낙태권 강화 등의 성과를 냈다는 점도 해리스 부통령과 궁합이 잘 맞는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CNN은 “월즈는 자신이 승패를 가를 경합주 출신도 아니고, 유명하지도 않고, 토론 실력도 없다며 약점을 솔직하게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확고한 지지나 러닝메이트가 되겠다는 의지는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며 “그의 인간적인 편안함은 당의 분열이나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해리스 팀에 중요한 이점이 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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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이드 사망·항의시위 촉발, 음주운전 유죄 등 약점
약점도 있다. 공화당은 월즈가 2020년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했을 당시 주지사였다는 점, 이후 폭력 시위가 발발했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또 월즈는 술을 안마신다고 했지만, 1995년 교사로 일할 때 음주운전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아울러 그는 공화당 부통령 후보와 똑같이 미국인들이 기피하는 음료인 다이어트 마운틴 듀를 광적으로 좋아한다고 알려졌다.
이외에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미네소타주 교육부의 비리 사건 당시 주지사로 일했던 점이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원격 교육을 받는 어린이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기 위한 돈이 도난을 당했는데, 주정부가 비용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혐의에 대해 부인하거나 무시 또는 변명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