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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민심은 절묘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독주 체제였던 민주당 대선 경선에 이변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지난 주말 민주당 대선 경선 1차 슈퍼위크 성적표가 나왔다.
국민과 일반당원이 참여한 64만여명의 1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 이 지사가 51.09%로 과반을 살짝 넘겼다. 대전·충남부터 세종·충북과 대구·경북을 거쳐 강원까지 이어진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지역순회경선에서 54~55%를 득표하며 압승했던 것과는 다른 불안한 과반이다. 오만하거나 방심하면 언제든지 과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충청지역 경선에서 기대 이하 득표를 하며 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쳤던 이낙연 전 대표는 결선투표 불씨를 살려냈다. 31.45%를 득표해 처음으로 30%를 넘겼다. 네 번의 지역순회경선에서는 27~29% 득표에 그쳤었다. 추석 직후 열리는 호남경선에서 추격의 고삐를 더욱 죄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대구·경북 경선에서 선전했던 추미애 전 장관은 1차 슈퍼위크에서도 무려 11.67%를 득표하며 3위 경쟁을 하던 정세균 전 총리를 따돌렸다. 고발 사주 의혹이 제기되면서 친문 강성 당원들과 민주당 일부 지지층이 검찰개혁을 주장해왔던 추 전 장관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25~26일 호남경선에 권리당원 20만명 투표, 이 전 대표 조직력 강하지 않아
절묘한 민심의 선택을 받아든 대선 후보들은 추석 직후 25~26일 열리는 광주·전남, 전북지역 경선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의 핵심 기반인 호남은 항상 역대 대선 경선 때마다 승부를 갈라왔다.
지난 2002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호남경선 승리로 노풍을 일으켜 후보를 꿰찼고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대선 때 첫 경선지인 호남에서 60%가 넘는 득표율로 대세론을 형성한 뒤 연전연승을 이어가 최종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정치권은 1차 슈퍼위크 결과에서 나타난 것처럼, 불안하기는 해도 이 지사가 과반 득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오히려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앞선 순회경선처럼 55% 가량을 득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호남이 전남지사를 역임한 이 전 대표의 안방인 것처럼 알려져 있으나, 이 전 대표가 전직 대통령 사면발언으로 정체성 논란을 겪은 뒤 빠진 호남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했고 조직기반도 튼튼하지 못해 득표율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전 대표가 호남 출신이고 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쳐 동정론이 있고 대통령감이라는 정서가 적지 않아 이 지사를 이기는 이변을 연출할 수도 있다.
광주 정치권 인사는 “이용섭 시장과 김영록 지사 세력이 이 지사를 돕고 있고 광주·전남 국회의원들도 거의 반반으로 갈려 있다. 이 전 대표 조직력이 그렇게 강하지 않다”며 “권리당원들은 본선 경쟁력을 보고 전략적 투표를 할 것이다. 이 전 대표의 사면 발언으로 올초 5:5였던 분위기가 이 지사쪽으로 많이 돌아섰다. 그래도 호남 출신이라 최대 40%는 가능한데, 흐름상 30% 전후로 나오고 이 지사가 50%를 넘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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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전 장관과 이 지사 지지층 겹쳐, 추 전 장관에게 갔던 지지자 돌아올 수도
이 전 대표의 득표율과 별개로 두 자릿수 득표율을 올린 추 전 장관이 얼마나 득표할지도 관심사다. 1차 슈퍼위크의 결과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추 전 장관이 호남경선에서도 10%를 넘는 득표율을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추 전 장관은 자신의 출신지인 대구·경북을 뺀 다른 순회경선에서도 7~8% 득표를 올렸고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호남지역 지지율이 5% 정도 나온다.
그 다음으로 이 전 대표 22%, 추 전 장관 6%, 정 전 총리 5%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100% 무선전화면접으로 이뤄졌고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호남 권리당원은 민주당 권리당원 중에서도 개혁적 색채가 강하기로 유명하다. 그런 권리당원들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맞서 검찰개혁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관철시켰던 추 전 장관에게 일정 부분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있다.
추 전 장관이 10%를 넘는 득표율을 올리면 경선 구조상 이 지사의 과반 득표는 어려워지고 결선투표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추 전 장관 지지층과 이 지사 지지층이 겹친다. 이 지사가 처음에 독주하면서 지지층 일부가 추 전 장관에게 넘어갔는데, 호남은 또 다를 것이다. 과반이 무너질 것으로 보이면 다시 이 지사에게 돌아올 것”이라며 “결선투표를 하면 네거티브 공방이 치열해지고 제로섬 게임으로 간다. 본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권리당원들이 전략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아직 호남경선까지 2주일 정도 남아 있고 전국 민심이 교류하고 모아지는 추석 연휴가 끼어 있다. 결국 이 지사에게 힘을 모아줘 결선투표 없이 본선으로 직행시킬지, 아니면 이 전 대표에게 기회를 줘 결선투표에서 승부를 보게 할지가 추석 민심에서 잡힐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추석 밥상에서 이재명이냐 이낙연이냐 가지고 의견을 나눌 것이다. 호남도 아직 분위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전략적 선택 얘기를 많이 하는 데 될 사람 밀어주자, 결선투표까지 가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혼재돼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