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를 통해 바라본 고액 자산가들의 내년 주식 시장 기대감은 작년에 비해 소폭 낮아졌다. 지난해에는 ‘거안사위’ ‘다다익선’ ‘상전벽해’ 등을 선택해 긍정적인 시장을 전망한 응답자가 77%에 달했으나, 올해에는 그 비율이 50% 수준에 그쳤다. 새해 코스피의 연말 지수 상승률을 물어보는 질문에도 작년에는 10% 이상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 응답자가 약 80%에 육박했으나, 올해에는 51% 수준에 그쳤다. 응답자들이 선택한 2025년 코스피지수의 평균 등락률은 약 +5.2%로 나왔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한국 시장의 상대 밸류에이션 매력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하지만 국내외 불확실성 지속으로 투심이 쉽게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불확실성 높은 금융환경에 대비해 ‘교토삼굴(꾀 있는 토끼는 세 개의 굴을 파놓는다)’처럼 2025년을 준비하는 유망 자산과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반등 가능성을 각각 세 가지씩 언급했다.
한편, 미국 S&P500과 나스닥 지수도 위와 같은 방법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은 각각 +11.3%, +11.7%의 상승을 기대해 여전히 미국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두 지수 모두 응답자의 80% 이상이 +1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중 +30% 이상 초과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는 응답자도 각각 5.3%와 3.5%나 나왔다.
긍정적인 미국 시장을 전망함에도 미국 주식에 투자하기 어려운 점으로는 환율을 꼽았다. 응답자의 41.0%는 환율 전망이 어려워 미국 주식 투자가 어렵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최근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증권사와 SNS의 종목 토론방 미끼 정보가 투자를 방해한다는 의견도 29.1%에 달했다.
새해 들어 주식형 자산의 비중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응답자의 비율은 44.9%로 작년(62.5%)보다 크게 하락했다. 주식형 자산의 비중을 확대하고자 하는 응답자들이 투자를 희망하는 국가로는 앞서 긍정적으로 전망한 미국(47.8%)이 우리나라(40.6%)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작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47.3%, 미국이 39.5%였으나 올 한해 시장 흐름 및 트럼프 미국 대선 승리 이후 선호 국가가 바뀐 것으로 보인다. 투자 유망 업종도 확인한 결과, 올 한 해 미국 시장을 주도했던 AI·반도체 업종이 38.2%로 작년(50.6%)에 이어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다만 AI·반도체를 선택한 비중은 지난해보다는 다소 낮아졌고, 대신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업종이 22.5%를 기록해 지난해 1.7%에 불과했던 것과 대비해 크게 상승해 응답자의 관심도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경기 방어주 성격의 인터넷·게임 업종과 면세·유통·화장품 업종은 각각 3.9%씩에 그쳤다.
국내 주식 시장의 반등 시기 및 최적의 매수 타이밍을 물어보는 질문에는 2025년 2분기라는 의견이 38.5%로 가장 높았고, 3분기도 30.4%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2025년 1분기와 4분기를 선택한 비율은 각각 20.5%와 10.6%에 그쳤다. 2025년 1월 트럼프 취임 등 빅이벤트 이후 본격적으로 2~3분기에 국내 주식 시장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2025년 주식과 채권(금리형 상품)의 포트폴리오 비중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6.7%가 두 자산에 배분해서 투자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주식과 채권(금리형 상품)에 각각 6:4 비중으로 배분해 투자하겠다는 응답자가 28.6%로 가장 많았으나 지난해 31.5%와 비교하면 약간 감소했다. 그 뒤로는 4:6으로 투자하겠다는 응답자가 21.1%를 기록해 지난해 19.6%보다 다소 많았다. 반면, 지난해에 두 번째로 많은 응답을 기록했던 8:2 포트폴리오는 지난해 21.7%보다 감소한 20.7%를 기록했다. 2025년 고액 자산가들의 채권형 자산 선호 현상이 지난해보다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다. 이외에 주식이나 채권(금리형 상품) 한쪽으로 100% 투자하겠다는 응답자는 각각 11.5%와 1.8%에 그쳤다.
한편 지난해 설문조사 시 2024년 한 해 증시에 가장 영향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로 ‘트럼프’(30.4%)를 선택했던 삼성증권 30억 원 이상 거액 자산가들은 이제는 트럼프 집권 2기에 맞춰 변화할 각종 정책에도 관심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금융시장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 이상(55.9%)이 ‘트럼프 집권 2기의 정책’을 꼽았다. 이외에도 ‘우리나라 정세(17.2%)’, ‘미-중 무역 분쟁 해소(8.4%)’, ‘주요국의 금리 인하(7.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새해에는 트럼프 집권 2기를 비롯해 우리나라의 정세, 전 세계 지정학적 리스크, 주요국의 금리 변화 등으로 투자자들이 느끼는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소폭 확대됐다”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선호가 내년에도 여전히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우리나라 주식 시장의 경우에도 교토삼굴처럼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측면에서 반등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자를 고려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