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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장관은 14일 오전 11시 법무부 정부과천청사 대회의실에서 지난 3월 말부터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진행해 온 합동감찰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한 전 총리 사건 수사팀의 부적절한 수사 관행을 확인했고 그에 따라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번 합동 감찰은 지난 3월 한 전 총리 모해위증 의혹 사건에 대해 대검이 무혐의로 불기소 결론을 내리자 박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에서부터 비롯됐다.
한 전 총리 재판 모해위증 사건은 한 전 총리 수사팀이 지난 2010년 1심 재판 과정에서 자금 공여자인 고(故) 한만호 씨 동료 재소자들에게 “한 씨가 구치소에서 한 전 총리에 9억 원을 줬다고 얘기했다”며 거짓 법정 증언을 시켰다는 내용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3월 초 조남관 당시 검찰총장 대행은 대검 자체 조사 결과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이에 박 장관은 같은 달 17일 “처분 과정이 타당한지 의심된다”는 이유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취임 후 첫 수사지휘권 행사였다.
대검은 이틀 뒤인 같은 달 19일 부장·고검장 확대 회의를 열고 재차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회의 결과가 45분 만에 언론에 유출되기도 했다.
이후 약 4개월의 감찰 끝에 박 장관은 이날 “직접 수사에 있어 배당, 수사팀 구성, 증인 사전 면담 등에 대한 개선안을 대검과 협의해 마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향후 피의사실유출 방지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피의사실유출 방지 및 엄단을 위해 이의제기권, 인권보호관 조사, 필요적 감찰제 신설을 추진한다. 박 장관은 “악의적 수사 상황 유출 행위는 반드시 찾아내 엄단하겠다”, “공보관이 아닌 사람이 수사의 초·중기에 수사의 본질적 내용을 수사 동력 확보를 위해 여론몰이식으로 흘리는 행위’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도 경고했다.
박 장관은 이날 감찰 결과 발표에서 당시 한 전 총리 수사팀 수사를 포함한 과거 검찰의 직접수사 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예로 들며 잘못된 수사 관행을 바꾸기 위한 개선책을 언급했다.
박 장관이 이번 감찰에 대해 “누구를 벌주고 징계하려는 합동감찰이 아니었다”고 밝혔지만, 박 장관이 감찰 결과를 직접 발표한 것은 한 전 총리 수사팀의 잘못된 수사 관행을 에둘러 비판함으로써 향후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제스처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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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국회의원이기도 한 박 장관은 지난 2015년 징역 2년의 실형이 확정된 한 전 총리가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을 만났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신분으로 한 전 총리 뒤에서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박 장관이 대선을 앞두고 여권의 아픈 손가락으로 통하는 한 전 총리와 관련한 사건에 대해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여권에 자신의 존재감을 재확인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종의 ‘보여 주기식’ 행보라는 지적이다. 박 장관이 ‘여권의 대모(代母)’, ‘친노(親盧) 대모’로 불리는 한 전 총리 수사팀에 흠집을 내고 이를 통해 한 전 총리가 부당하게 수사를 받았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한 전 총리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주려했다는 것이다.
지청장 출신 한 변호사는 박 장관의 이번 합동감찰 지시에 이은 직접 발표에 대해 “장관이 직접 감찰 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며 “박 장관이 자신이 열심히 하고 있다는 모습을 여권에 확인시켜 주기 위해 정치적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법조계는 박 장관의 이날 발표를 현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인 ‘검찰 개혁’을 일관되게 밀어붙이는 모습을 여권에 보여줌으로써 장관 퇴임 후 정치인으로서의 길에 힘을 싣기 위한 행보로 풀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