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술 유출’ 기업 피해 커지는데...‘국가핵심기술’ 해제 우려

  • 등록 2024-12-19 오전 10:51:03

    수정 2024-12-19 오전 10:51:03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올해 경찰에 적발된 해외 기술유출 사례가 25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이중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국가핵심기술 유출도 10건이 포함돼, 국가핵심기술 유출에 대한 심각성이 매해 증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달 28일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되며, 국가핵심기술 유출시 벌금 상한선과 손해배상 청구 가능액이 상향됐다.

국가핵심기술은 기술적, 경제적 가치가 높아 해외 유출시에 국가 안전보장 및 경제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우려가 있는 기술로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지정돼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분야 외에도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보툴리눔 균주와 보툴리눔 독소제제 생산기술이 지정돼 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부 업계의 주장에 따라 보툴리눔 균주와 보툴리눔 독소제제 생산 기술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해외 유출 피해가 증가하며 기술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큰 가운데 이러한 논의가 진행되는데 대해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 ‘메디톡신’.(사진=메디톡스)


보툴리눔 톡신은 지구상에 알려진 가장 강력한 독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생물무기금지협약 대상으로 국가간 거래와 이동이 철저히 제한된다.

따라서 균주를 확보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을뿐더러 상업화에 이르기까지 고도화된 제조 과정이 필요하며, 균주에 따라 생산 공정이 달라지는 등 진입 장벽이 높아 한국을 제외하면 세계적으로도 이를 상업화한 업체가 애브비, 입센 등 일부에 불과하다. 독과점에 가까운 글로벌 시장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2006년 보툴리눔 톡신 제제가 처음 시장에 나온 이후 현재 20여곳의 업체가 경쟁 중이다.

국내에서 일부 기업간에는 균주와 제조 공정 도용을 두고 소송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경쟁이 심화되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간에도 기술 유출이 빈번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을 강력히 보호해야 될 시점”이라며 “지금 같은 심각한 상황에 국가핵심기술에 지정된 사안을 해제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근거와 배경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논의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보툴리눔 균주에 대한 출처 논란이 있다는 것은 해외 기업들도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글로벌 기업들이 현재는 주시만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 업체들과 본격 경쟁하기 시작하면 국가간 분쟁으로 번질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이러한 불확실성을 해결해야 해외시장에서 우리나라 의약품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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