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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어김없이 대선 때만 되면 후보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등장한다. 아직 여야의 최종 대선후보가 선출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총장 시절 야당을 통해 여권 정치인과 기자들을 상대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는 성남시 대장지구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윤 전 총장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여권이 야권 1위 후보를 죽이기 위한 정치공작을 벌이고 있다고 맞서고 있으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여야간 공방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후보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 사건이 대선판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후보자와 가족의 납세나 병역, 취업, 입시 문제는 후보의 도덕성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역대 대선을 보면 당락을 갈랐던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민의힘 전신인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으로 지난 1997년 대선 내내 주요 이슈였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이었으나 경선 과정에서는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이 후보가 최종 대선후보로 선출되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새정치국민회의측에서 문제를 삼으면서 재점화됐다. 의혹의 골자는 이 후보의 장남이 179cm에 45kg, 차남이 165cm에 41kg으로 둘 다 체중미달로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이 후보 아들 병역문제로 이인제 탈당, 대선 출마… 처음으로 정권교체 돼
이 후보가 “장남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논문 준비 등을 하다 야위었고, 차남은 신경성 위염으로 고생했다”며 몸무게 자연감소에 의한 병역면제라고 해명했으나 감사원장과 국무총리를 지내며 쌓아올린 이 후보의 도덕성과 개혁성에 큰 흠집이 났다. 후보 선출 직후 50%에 달했던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했고 당 내부에서는 후보 교체론이 등장했다.
결국 경선에서 2위를 했던 이인제 후보가 9월 당을 탈당한 뒤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대통령은 자유민주연합 대선 후보였던 김종필 전 총리와의 연대를 통해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수평적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검찰이 2003년 1월 김씨를 무고 혐의로 구속했으나 이미 대선 승부는 끝난 뒤였다. 이듬해 2월 대법원은 김씨에게 징역 1년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대선 경선이 본선이나 다름없었던 2007년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과 도곡동 땅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경선에서 패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최순실씨의 아버지였던 최태민 일가와의 의혹이 터져 나왔다. 이미 대선 승부가 기울어 있었지만 당시 여당이었던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이 전 대통령의 BBK 의혹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BBK 의혹을 무혐의 처분하고 도곡동 땅에 대해선 ‘제삼자 소유로 보인다’는 수사 결과를 내놨지만 대선 결과는 이 전 대통령의 당선이었다. 2003년 특검까지 이어졌지만 수사 결과는 같았다.
하지만 국정농단으로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정권이 바뀌자 검찰 수사 결과가 180도 뒤집어졌다. 박 전 대통령에 이어 이 전 대통령도 구속되고 대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7년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아들인 준용씨의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졌다. 국민의당은 문준용씨의 특혜 채용을 은폐하기 위해 고용정보원이 조직적으로 증거를 없앴다고 주장했으나 이전 의혹처럼 대선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대선이 되면 각종 의혹이 난무한다. 이회창 아들의 병역문제는 결정적이었다. BBK 문제도 당시 검찰이 다른 결론을 내놨으면 당락이 달랐을 것”이라며 “후보의 도덕성 문제는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번 대선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후보들이 의혹에 대해 해명한 것이 거짓말로 드러나면 대선 레이스에서 탈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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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총장, 고발사주 의혹에 정치공작으로 역공… 공수처 수사에 대선판 출렁
그 다음으로 윤 전 총장 18%, 유승민 전 의원 9%순이었다. 1주일 전만 해도 윤 전 총장이 22%로 1위였고 홍 의원 19%, 유 전 의원 10%였다. 이번 조사는 100% 무선전화면접으로 이뤄졌고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양강 구도 재편에 위기감을 느낀 윤 전 총장은 박지원 국정원장이 연루된 여권의 정치공작이라고 맞불을 놓는가 하면 여기에 국민의힘 모 캠프의 인사도 관여했다며 공수처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홍 의원은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씨와 박 원장의 식사 자리에 자신의 캠프 인사가 동석했다는 소문에 대해 발끈했다.
홍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참 딱한 사람들이다. 자신들이 검찰 재직 시에 한 것으로 의심을 받는 검찰발 정치공작 사건을 탈출하기 위해서 당의 공조직을 이용하고 남의 캠프를 음해하고 나아가 슬하의 국회의원까지 법사위에 동원하는 것을 보니 그건 새 정치가 아니고 구태 중 구태정치”라고 질타했다.
여야간, 야권 대선후보간 공방으로 확대되고 있는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아직까지 여론은 팽팽하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보수와 진보간 진영대결이 벌어지면서 고발 사주와 정치 공작으로 반분 돼 있다.
다만 공수처 수사에 탄력이 붙어 의혹 당사자인 손준성 검사와 김웅 의원 등에 대한 소환이 가시화되고 대검찰청의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면 여론 지형도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 조직의 명운이 걸린 문제라, 공수처에 이어 대검도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검찰이 지난 2007년 대선처럼 조직의 이해관계에 따라 무혐의 처분을 하거나 유야무야 넘어갈 수가 없다.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대선판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며 “아직 대선이 6개월 가량 남았다. 여야 대선후보가 정해지고 나서 어떤 의혹이 터져 나올지 모른다. 후보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면 더 큰 위기를 부른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실체가 다 드러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