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북한이 탈북 시도를 막기 위해 국경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나 북한 주민들이 계속해서 ‘창의적’인 탈출 방법을 찾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 국방부는 북한군이 폭염과 장마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매일 13시간씩 전선지역에 병력을 보내 지뢰 매설, 불모지 조성, 방벽 설치 등 ‘남북 단절’ 작업을 수개월째 지속하는 정황 포착됐다고 17일 밝혔다.(사진=국방부,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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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에 따르면 북한은 새로운 국경 장벽 건설, 경비 초소 재무장, 지뢰 설치 확대를 비롯해 탈북을 시도하다 발각되면 즉각 사살하라고 명령하는 등 탈북 시도를 막기 위해 각종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이 식량 부족, 극심한 경제난 등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떠날 수 있는 기회나 수단이 있는 외교관이나 유학생 등 ‘엘리트 탈북민’은 늘어나는 추세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입국한 외교관, 고위급 인사, 주요 유학생 등 엘리트 탈북민은 10명 안팎으로, 2017년 이후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WSJ는 “이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권력 장악력을 위협할 수 있는 내부 불만과 씨름하고 있다는 외부 분석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평했다.
게다가 한국시간 20일 새벽엔 강원도 고성 지역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 군인이 귀순했다. 2019년 이후 5년 만에 현역 북한 군인의 탈북이다. 그는 철조망과 지뢰를 지나 순찰 경비병들을 몰래 지나쳐야 했을 것이라고 WSJ는 추정했다.
WSJ는 “북한은 정보에 대한 엄격한 통제, 군부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 잠재적인 침공을 억지하는 핵 발전으로 유지되는데, 현역 군인의 탈북은 북한을 강력한 국가이자 사회주의 낙원으로 제시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희망을 박살낸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경 단속 강화 등으로 탈출할 방법이 막히자 오히려 국경으로 정면 돌진하거나 나무배를 타는 등 ‘색다른’ 경로를 선택하는 북한 주민이 늘어났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이달 초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우리 측 교동도 인근으로 귀순을 시도한 탈북민은 썰물 때 맞춰 도보로 남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엔 북한 주민 일가족 목선을 타고 NLL을 넘어 한국으로 망명했다. 지난달엔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의 리일규 정무참사가 지난해 11월 한국으로 들어온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북한이 국경을 봉쇄했던 것도 북한 주민의 ‘극단적인 탈출’ 방법 선택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WSJ는 짚었다. 과거 북한 주민들은 브로커의 도움을 받아 중국을 통해 탈출을 감행했는데, 팬데믹 기간 새로운 울타리와 감시탑이 설치되면서 중국을 통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이에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매년 1000명 이상의 북한 주민이 남한으로 넘어왔으나 지난해 200명 미만, 올 상반기 105명 등 탈북민 수가 대폭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