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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오전 5시 국방부 고위 관료들과 가진 회의에서 모들리 대행의 사직서를 수리했다고 보도했다.
모들리 대행은 루즈벨트호 함내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미국 국방부에 탄원서를 보냈던 브렛 크로지어 전 함장을 경질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특히 전날에는 크로지어 전 함장을 “너무 순진하거나 멍청한 사람(Too naive or too stupid)”이라고 비난한 녹취록이 공개돼 거센 사퇴 압박을 받았다.
크로지어 전 함장은 지난달 말 5000명의 승조원이 탑승하고 있는 루스벨트호 내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우려해 하선을 요청하는 서한을 국방부에 보냈다가 경질됐다. 크로지어 전 함장 본인도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이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알려졌다.
미국의 한 청원 사이트에선 모들리 대행의 언행에 분노한 수만명이 크로지어 전 함장의 복귀 청원에 서명했고, 소셜미디어에도 크로지어 전 함장을 옹호하는 콘텐츠가 봇물을 이뤘다. 15명의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국방부 감찰관실에 루스벨트함 내 코로나19 확산과 해군의 대응, 크로지어 전 함장의 경질에 대한 공식 조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는 에스퍼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모들리 대행이 처음에는 녹취록 공개에도 발언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버텼기 때문이다. 에스퍼 장관은 당초 모들리 대행의 함장 경질 결정을 지지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브리핑에서 모들리 대행의 비난이 거칠었다며 이 문제에 관여할 수도 있다고 밝히자 사과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모들리 대행의 공식 사과에도 그를 향한 비난과 질타는 지속됐고, 의회에서도 사임 요구가 빗발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라이벌인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모들리 대행이 크로지어 전 함장을 해고한 것은 거의 범죄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전방위적인 압박에 모들리 대행은 결국 자진 사퇴를 결심하게 된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분석했다. WSJ은 모들리 대행의 특권의식, 그리고 이에 따른 독단적 결정이 초래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모들리 대행의 후임자로는 육군 법무자문위원이었다가 현재 육군 부장관으로 재직중인 해군 전역자 제임스 맥퍼슨이 낙점됐다.
한편 미국 해군은 이날 4865명에 달하는 루즈벨트호 승조원의 79%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으며 230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