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캘리포니아, 엑손모빌 고소…“플라스틱 재활용은 사기"

"플라스틱 재활용 선전으로 사용자 죄책감 낮춰"
美 내 플라스틱 재활용률 5%…전세계 10%
  • 등록 2024-09-24 오후 1:56:58

    수정 2024-09-24 오후 7:13:58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23일 미국 석유 대기업 엑손모빌이 플라스틱 재활용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대중을 호도했다며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고소했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롭 본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수십 년간 엑손모빌은 플라스틱 재활용이 플라스틱 폐기물과 오염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대중을 속여왔다”며 “엑손모빌은 지구를 희생하고 건강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에 따르면, 주 정부는 약 2년간 조사를 통해, 엑손모빌이 플라스틱 재활용의 한계를 알면서도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소속된 이익단체를 통해 플라스틱 규제를 강화하는 것에 반대하는 로비를 활발하게 전개하고 광고로 플라스틱 재활용의 유효성을 홍보해 소비자들이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엑손모빌이 공익을 저하하며 수질오염, 거짓선전 등과 관련해 법률 위반을 하고 있으며 캘리포니아주는 폐플라스틱을 처리하는데 약 10억달러(1조 3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 정부는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엑손모빌에 부과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엑손모빌은 효율적인 플라스틱 재활용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은 주 정부 책임이라고 반박했다. 엑손모빌은 “캘리포니아주는 우리를 고소하는 대신, 우리와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고 플라스틱이 매립지로 가지 않도록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석유회사가 플라스틱 재활용 이슈로 고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초 뉴욕주는 펩시코가 플라스틱 오염을 야기한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석유화학제품인 플라스틱은 가볍고 튼튼해 편리하나 자연상태에서 오랫동안 분해되지 않아 쓰레기 문제를 야기시킨다. 특히 미세 플라스틱은 생선 등을 통해 인체에 축적돼 악영향을 입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엑손모빌은 플라스틱 처리 방법으로 재활용을 해결책으로서 제시해왔다. 그러나 폐기된 플라스틱을 다시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회수, 분류, 재생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이 과정에서 비용도 만만치 않다. 재활용 비용보다 새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비용이 더 적게 든다. 이같은 이유로 미국 전역에서 폐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은 5%에 머문다.

엑손모빌은 작년 1120만톤(t)의 폴리에틸렌을 생산했고 텍사스주 베이타운에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화학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전세계 플라스틱 사용량은 2060년까지 3배로 증가해 13억톤에 이를 예정이다. 전체 플라스틱의 약 10%가 재활용되고 있으며 재활용을 위한 투자는 200억달러 미만으로 이뤄지고 있다.

유엔은 오는 11월 말 한국에서 열리는 ‘유엔 플라스틱 협약’에서 플라스틱 생산량을 제한하자는 국제 조약을 체결한다. 이는 2015년 파리 기후 협정과 같이 구속력있는 국제조약이다. 중국, 사우디 아라비아와 함께 이 조약에 반대하던 미국이 입장을 바꿔 체결 가능성이 높아졌다. 엑손모빌은 이와 관련해서 지난 4월 플라스틱 생산 제한은 오염을 줄이지 못하며, 플라스틱 재활용이 더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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