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수사심의위` 카드에 윤석열, 영장청구 강행 '맞불'(종합)

이재용, 최지성, 김종중 구속영장 청구
尹, 3일 중앙지검 영장 청구 의견서 재가
수사심의위 절차는 규정 따라 진행
  • 등록 2020-06-04 오후 1:39:31

    수정 2020-06-04 오후 4:39:59

[이데일리 이성기 최영지 기자] 삼성의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소집 요청에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라는 `강공`으로 맞섰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은 4일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기소 여부 등에 대한 판단을 검찰이 아닌 외부 전문가에게 받아보겠다는 삼성 측의 전략을 일종의 여론전으로 판단한 검찰이 이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삼성 `마지막 카드`에 정공법으로 `맞불`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이날 오전 이 부회장과 최지성(69)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64)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접수했다. 이 부회장 등에게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김 전 사장에게는 위증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회계 변경 과정이 모두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이 부회장의 지분이 높은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고, 삼성물산의 주가는 떨어트리는 방식으로 합병 비율을 정당화하려 했다고 보고 자본시장법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또 이번 수사의 단초가 된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의 회계사기 의혹 역시 고의 분식회계가 맞다고 보고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도 영장에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등의 구속영장 청구 방침은 전날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중앙지검장과의 주례 회의 전 이미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관계자는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에서 구속영장 청구 의견서가 올라와 총장이 재가한 것”이라면서 “의견서가 올라온 날짜 등은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전했다.

수사심의위 절차 병행

검찰은 삼성 측이 요청한 수사심의위 개최와 관련, 부의 심의위원회 구성 등 필요한 절차는 관련 규정에 따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일정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규정상 부의 심의위, 수사심의위 진행과 구속영장 청구 및 기소를 병행하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지난 2일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외부 전문가들에게 기소·불기소 여부 등을 심의해 판단을 내려달라는 취지다.

대검찰청 산하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고, 수사 결과의 적법성을 평가하기 위해 문무일 전 검찰총장 지절인 지난 2018년 도입됐다.

수사심의위 소집은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혹은 일선 검찰청 검사장의 요청을 받아하지만, 각 검찰청 시민위가 고소인이나 피해자,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의 신청을 받아 요청할 수도 있다. 검사장의 소집 요청은 검찰총장이 거부할 수 있어도, 시민위의 소집 요청에는 의무적으로 소집해야 한다. 총장 권한을 사실상 견제하자는 취지로, 일종의 전문가 배심제로 볼 수 있다.

수사심의위 개최를 요청을 두고 재계에서는 사법 리스크의 조기 종결을 갈망하는 삼성의 절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지난달 26일과 29일 비공개 소환 조사를 받은 이 부회장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보고 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차례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기소 방침으로 무게추가 기운 분위기를 감지한 이 부회장 측이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사건을 잘 알고 있는 한 법조인은 “기소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것이지만 속내는 구속을 면하고 싶은 것”이라며 “무죄 취지의 주장이라면 공판중심주의 국가인만큼 유무죄 여부는 법원에서 다퉈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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