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F 2021]“소비자가 ESG기업에 투자해야 변화 이끌어낼 수 있어”(종합)

두번째 기조연설, 노벨 경제학상 수상 에릭 매스킨 美 하버드대 교수
“ESG, 기업과 정부 바꾸는 첫걸음…관심 두고 사회적 압력 행사해야"
  • 등록 2021-06-24 오후 2:31:14

    수정 2021-06-24 오후 9:12:56

[이데일리 문승관 권효중 김나리 기자] “기업의 행동을 궁극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결국 각국 정부, 그리고 글로벌 협약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시작의 발걸음으로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자본주의 대전환: ESG 노믹스’ 주제로 열린 제12회 이데일리 전략포럼(ESF)에서 두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선 에릭 매스킨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같이 밝혔다. 매스킨 교수는 200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대표 석학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개인과 지역사회, 정부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ESG의 역할을 강조했다.

에릭 매스킨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2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마이너스 아닌 플러스, ESG경영과 게임이론’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ESG,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행동변화 가져올 것”


매스킨 교수는 최근 기후변화와 환경 오염 등에 대한 위기의식이 ESG에 대한 관심을 끌어 올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ESG는 모든 이해 관계자가 함께해 기업을 특정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에 대한 의식이 자라고 있어 대중적인 인지도와 더불어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ESG는 ‘기업의 책임은 곧 이윤 창출’로 그쳤던 지난 20세기 인식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했다. 매스킨 교수는 “당시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기업의 책임은 주주를 위해 ‘수탁 의무’를 지고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주주가 자신의 이익 외에도 환경 오염 등에 관심이 있고 이를 바꿀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주들의 움직임과 더불어 지역사회,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변화’에 종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봤다. 매스킨 교수는 “주주는 기업에 투자를 중지하는 ‘이탈’(Exit) 혹은 기업에 직접적인 요구를 하는 ‘항의(Voice)’ 전략을 선택할 수 있고 주주 외에 지역사회 등도 기업의 행동 변화를 이끌 수 있다”며 “특히 정부는 탄소세, 글로벌 협약 등 가장 궁극적으로 기업을 바꿀 방안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ESG는 세계 각국 정부의 행동을 이끌어낼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스킨 교수는 “탄소세 등 실질적인 정책은 세금과 관련 있고 글로벌 협약 역시 몇 개 국가에만 그친다면 그 효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국민 개개인이 ESG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명한다면 곧 ‘시민이 원하는 정책’으로서 정부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ESG 관점에서 정부는 탄소세와 국제 협약뿐만이 아니라 탄소 배출권 거래 제도 등 실질적인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며 “만약 이 과정에서 시민이 ESG에 대한 공감과 지지를 표명한다면 시행에도 탄력이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ESG는 기업의 행동뿐만이 아니라 정부의 행동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요소로서 유효하다는 것이다. 매스킨 교수는 “개인이 ESG에 대해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이것이 곧 ‘글로벌 협력’을 원한다는 증거”라며 “큰 변화를 원한다면 여러 작은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ESG가 그러한 작은 발걸음으로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순진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왼쪽)과 에릭 매스킨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2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마이너스 아닌 플러스, ESG경영과 게임이론’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소비자, ESG 경영 기업에 투자해 변화 이끌어야”


윤순진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은 매스킨 교수와의 대담에서 “시민은 정치적으로 투표하지만 소비자는 화폐로 투표할 수 있다”며 “기업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ESG 경영을 하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ESG에서 소비자의 역할, 투자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소비자는 단순히 소비하는 주체가 아니라 투자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ESG 경영 기업에 관심을 두고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이를 ‘화폐투표’라고 했다. 유권자가 지지하는 후보나 안건에 투표하는 것처럼 소비자도 소비를 통해 자신이 선호하는 기업에 의사표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위원장은 “이처럼 앞으로 더 많은 시민, 더 많은 소비자가 ESG 경영에 관심을 두고 사회적인 압력을 행사해주길 바란다”며 “정치인에 대해서도 강력한 의사 표명이 필요하다. 투표가 끝난 이후더라도 메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전화 등을 통해 압력을 가하는 것이 시민의 사회적 책임이다”고 덧붙였다.

매스킨 교수도 기업이 ESG 경영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대중의 공적인 압박과 교육, 정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매스킨 교수는 ESG가 매출액 등 재무적 가치로 드러나지 않은 탓에 수익을 추구하는 사주와 주주, ESG 경영을 하는 경영자가 충돌하면 “주주가 단기적으로 더 많은 수익을 요구하면 경영진이 주주의 요구를 거부할 순 없다”며 “주주가 기업의 소유주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3가지 해법이 있다”며 “첫 번째는 공적인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SG가 대중들 사이에서 관심 받는 주제가 된다면 주주도 자연히 ESG 쪽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이런 것이 사회 개선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나머지 두 가지 방법은 교육과 정부를 꼽았다. 그는 “주주가 기후 변화의 장기적인 영향을 이해한다면 ESG에 자연스레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는 기업의 행동을 유도하는 데 있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며 “가령 탄소세는 굉장히 효과적인 도구로서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만약 기업이 비용을 세금의 형태로 내야 한다면 그것이 즉각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며 “친환경적인 행동을 하지 않으면 높은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이는 주주를 이해시킬 효과적인 수단으로서도 부합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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