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삼성전자 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이재용 회장의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사간 임금 교섭이 결렬된 직후 이 회장을 향해 파업 해결을 촉구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파업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삼성 반도체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류가 작지 않다.
전삼노는 1일 오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이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회장이 총파업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입장을 밝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현재 파리올림픽 참관 등을 위해 유럽에 머물고 있음에도 전삼노는 기자회견을 강행했다.
| 삼성전자 사측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의 임금 인상 협상이 결렬되자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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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노는 지난달 8일 총파업에 돌입한 이후 사측과 임금 교섭을 벌여왔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지난달 29~31일 사흘간 집중 교섭을 통해 입장차를 크게 좁혔으나, 협상 막판에 전삼노가 요구한 삼성 패밀리넷(임직원 대상 삼성전자 제품 구매 사이트) 200만 포인트를 두고 사측은 수용하지 않았다.
사측은 집중 교섭 동안 노조의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이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금 200만원과 같은 200만 포인트 지급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어긋나는 만큼 수용하기 어려웠을 것으로는 관측이 나온다. 전삼노는 노조원 임금 손실을 보전 받는 전략으로 이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전삼노는 삼성전자가 전날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없다’고 한데 대해서는 “수천명이 파업했는데 생산 차질이 없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반도체 공정은 당장 타격이 나타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벌어질 일은 모른다”고 말했다. 전삼노는 오는 5일 국회에서 추가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사측은 일단 노조와 계속 대화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은 이날 사내게시판을 통해 “당초 공지된 내용은 경영계획 목표 영업이익 11조5000억원을 달성할 경우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이 0~3%”라며 “하지만 현재 반도체 시황이 회복되고 이익률이 개선되고 있어 모든 임직원이 함께 노력한다면 OPI 지급률은 당초 예상보다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자칫 파업 리스크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적자를 딛고 이제 막 인공지능(AI) 슈퍼 사이클을 탄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실제 생산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실적 훈풍 역시 물건너 갈 수 있다는 관측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