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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CNN방송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미국 내 백신 배포 및 접종을 위한 행정적인 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이날부터 백신 운송 작업이 개시됐다. 미 미시간주 캘러머주 소재 화이자 공장에선 이날 오전 코로나19 백신을 실은 트럭들이 공항과 주요 수송거점을 향해 속속 출발했다.
첫 번째 상자가 트럭에 실리는 순간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 145곳을 시작으로 이번 주 안에 미 전역 363곳에 백신이 도착할 예정이다.
현재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600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3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에 미 언론들은 이번 백신 수송 작전을 ‘역사적 순간’으로 묘사했다. WSJ는 이번 백신 수송에 대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내 공장들이 군수품 생산에 전용된 이후 최대 규모의 물자수송”이라고 평했다.
운반상자 GPS 추적·벨기에 공장서 공수…택배·항공사 총동원
화이자 백신은 총 세 곳의 공장에서 공정을 거쳐 출하된다. 미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공장에서 만든 원재료를 매사추세츠주 앤도버 공장에서 자체 기술로 인체에 주입할 수 있도록 변형한 뒤, 캘러머주 공장에서 유리병에 넣는다. 이렇게 생산된 백신은 영하 70도 온도에서 유통·보관해야 한다. 화이자는 캘러머주 공장과 위스콘신주 백신 저장시설에 드라이아이스 제조설비를 구축했다.
화이자는 미국 외 벨기에 푸어스 공장에서도 백신을 생산한다. 지난달 말 약 75만회 접종분이 처음으로 유나이티드항공 화물기에 실려 미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후 유나이티드항공은 총 5차례 걸쳐 벨기에에서 미국으로 백신을 실어 날랐다.
이렇게 확보한 백신 ‘최초’ 물량은 페덱스, UPS 등의 트럭·화물기 등을 통해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병원 의료진 및 장기 요양시설 거주자 등 2400만명에게 우선 전달될 예정이다. 첫 접종은 이르면 다음날인 14일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미 정부는 이달 안에 4000만회분의 백신이 공급되길 기대하고 있다. 내년 3월까지는 전체 인구의 약 30%인 1억명이 백신을 접종받을 것이라는 게 미 정부의 예측이다.
마스크·주사기·바늘 등도 대규모 수송작전…모의실험까지
물류 과정에서 필요한 건 백신뿐이 아니다. 접종시 필요한 진단키트, 마스크, 주사기, 주사기 바늘, 식염수, 알코올 면사포 등도 함께 운반돼야 한다. 각 병에 담겨 있는 백신을 식염수 등으로 희석한 뒤 주사기로 접종하기 때문이다. 의료장비 유통업체 맥케슨은 주요 거점마다 이들 물품을 비치해뒀다.
하지만 이와 관련, 매사추세츠공대(MIT)교통·물류센터장인 요시 셰피 교수는 “백신과 드라이아이스, 냉동시설, 주사기 등 한꺼번에 준비해야 할 물량이 많은데, 이를 전체적으로 지휘하는 사람이 없다. 각자가 할 일만 많다”며 컨트롤타워 부재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이에 따라 배송 지연, 일선 의료현장에서의 업무마비, 심지어 의료 종사자들을 매개로 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있다고 셰피 교수는 지적했다.
백신 공급돼도…“불신 해소가 가장 큰 난제”
더욱 큰 우려는 백신에 대한 불신이다. 화이자가 지난달 백신 효능 결과를 발표한 이후인 이달초 실시된 갤럽 여론조사 결과에서 미국인의 63%가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9월 50%보다는 높아진 것이지만 7월 조사 때보다는 낮다. 또 AP통신과 시사코대 여론연구센터(NORC)가 지난 3~7일 미국 성인남녀 111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백신을 접종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26%에 달했다.
WSJ은 환자들이 지나치게 빠른 백신 개발 및 승인 과정 때문에 백신 접종을 꺼려 하고 있으며, 특히 고령인 경우 이 같은 경항이 짙다고 전했다. 신문은 “미 정부가 다음에 해야 할 일은 환자들이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설득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미국에는 지금 대통령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취임 전이라도 백신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