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수송작전 나선 美…화이자 공장부터 병원까지 똘똘 뭉쳤다

"2차대전 군수품 이후 최대 규모 물자수송…역사적 순간"
운반상자 GPS 추적·벨기에 공장서 공수…택배·항공사 총동원
마스크·주사기·바늘 등도 대규모 수송작전…모의실험까지
백신 공급돼도…"26% 접종 거부, 불신 해소가 가장 큰 난제"
  • 등록 2020-12-14 오후 12:59:38

    수정 2020-12-14 오후 12:59:38

미국 캘러머주 화이자 공장 직원들이 13일(현지시간) 백신과 특수제작한 드라이아이스를 운반용기에 싣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화이자 백신 긴급사용 승인 및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백신 사용 권고가 마무리되면서 미국 내 백신 배포가 시작됐다. 제약회사 공장 직원들부터 택배업체 및 항공사의 트럭운전사와 조종사, 병원 및 약국 직원들, 각 주 정부 관계자 등까지 백신 배포부터 접종까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나로 똘똘 뭉쳤다. 백신 화물에 추적장치를 부착하고, 초저온에서 보관해 운반하기 위해 특수 제작한 용기와 드라이아이스는 물론 참치용 컨테이너까지 동원하는 등 그야말로 ‘백신 수송 작전’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CNN방송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미국 내 백신 배포 및 접종을 위한 행정적인 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이날부터 백신 운송 작업이 개시됐다. 미 미시간주 캘러머주 소재 화이자 공장에선 이날 오전 코로나19 백신을 실은 트럭들이 공항과 주요 수송거점을 향해 속속 출발했다.

첫 번째 상자가 트럭에 실리는 순간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 145곳을 시작으로 이번 주 안에 미 전역 363곳에 백신이 도착할 예정이다.

현재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600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3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에 미 언론들은 이번 백신 수송 작전을 ‘역사적 순간’으로 묘사했다. WSJ는 이번 백신 수송에 대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내 공장들이 군수품 생산에 전용된 이후 최대 규모의 물자수송”이라고 평했다.

운반상자 GPS 추적·벨기에 공장서 공수…택배·항공사 총동원

화이자 백신은 총 세 곳의 공장에서 공정을 거쳐 출하된다. 미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공장에서 만든 원재료를 매사추세츠주 앤도버 공장에서 자체 기술로 인체에 주입할 수 있도록 변형한 뒤, 캘러머주 공장에서 유리병에 넣는다. 이렇게 생산된 백신은 영하 70도 온도에서 유통·보관해야 한다. 화이자는 캘러머주 공장과 위스콘신주 백신 저장시설에 드라이아이스 제조설비를 구축했다.

화이자는 백신 운송을 위해 참치용 컨테이너를 포함해 특수제작 용기와 드라이아이스를 동원했다. 무게 약 80파운드(약 36.2킬로그램)의 상자 하나에 975회 접종분에 해당하는 백신 195개가 들어간다. 운송상자엔 온도계와 인공위성 위치추적(GPS) 장치도 설치돼 상태 변화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화이자는 미국 외 벨기에 푸어스 공장에서도 백신을 생산한다. 지난달 말 약 75만회 접종분이 처음으로 유나이티드항공 화물기에 실려 미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후 유나이티드항공은 총 5차례 걸쳐 벨기에에서 미국으로 백신을 실어 날랐다.

이렇게 확보한 백신 ‘최초’ 물량은 페덱스, UPS 등의 트럭·화물기 등을 통해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병원 의료진 및 장기 요양시설 거주자 등 2400만명에게 우선 전달될 예정이다. 첫 접종은 이르면 다음날인 14일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미 정부는 이달 안에 4000만회분의 백신이 공급되길 기대하고 있다. 내년 3월까지는 전체 인구의 약 30%인 1억명이 백신을 접종받을 것이라는 게 미 정부의 예측이다.

마스크·주사기·바늘 등도 대규모 수송작전…모의실험까지

물류 과정에서 필요한 건 백신뿐이 아니다. 접종시 필요한 진단키트, 마스크, 주사기, 주사기 바늘, 식염수, 알코올 면사포 등도 함께 운반돼야 한다. 각 병에 담겨 있는 백신을 식염수 등으로 희석한 뒤 주사기로 접종하기 때문이다. 의료장비 유통업체 맥케슨은 주요 거점마다 이들 물품을 비치해뒀다.

올바른 곳에 제 때 백신을 수송하기 위해 UPS는 화물기·트럭으로 백신과 주요 의료품을 전국 각지로 수송하는 모의 테스트를 실시하기도 했다. 또 각 지역 공항에서 백신을 보관할 냉동시설을 점검하고 직원 교육 등도 진행했다. 각 지역 병원과 약국 등도 자체적으로 백신 접종 계획을 수립하고 백신 보관을 위한 냉동시설을 점검하는 등 막바지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WSJ은 “백신 유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복잡하고 수많은 유통 체인이 동시다발적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 매사추세츠공대(MIT)교통·물류센터장인 요시 셰피 교수는 “백신과 드라이아이스, 냉동시설, 주사기 등 한꺼번에 준비해야 할 물량이 많은데, 이를 전체적으로 지휘하는 사람이 없다. 각자가 할 일만 많다”며 컨트롤타워 부재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이에 따라 배송 지연, 일선 의료현장에서의 업무마비, 심지어 의료 종사자들을 매개로 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있다고 셰피 교수는 지적했다.

백신 공급돼도…“불신 해소가 가장 큰 난제”

더욱 큰 우려는 백신에 대한 불신이다. 화이자가 지난달 백신 효능 결과를 발표한 이후인 이달초 실시된 갤럽 여론조사 결과에서 미국인의 63%가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9월 50%보다는 높아진 것이지만 7월 조사 때보다는 낮다. 또 AP통신과 시사코대 여론연구센터(NORC)가 지난 3~7일 미국 성인남녀 111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백신을 접종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26%에 달했다.

WSJ은 환자들이 지나치게 빠른 백신 개발 및 승인 과정 때문에 백신 접종을 꺼려 하고 있으며, 특히 고령인 경우 이 같은 경항이 짙다고 전했다. 신문은 “미 정부가 다음에 해야 할 일은 환자들이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설득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미국에는 지금 대통령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취임 전이라도 백신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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