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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에게 핵무기는 보험”
루비오 후보자는 이날 상원 외교위의 인사청문회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환상”이라고 말하면서 실패한 대북 정책에 대해 재고할 의향이 있느냐는 브라이언 샤츠(민주·하와이) 의원의 물음에 “사실 제재는 그가 핵개발을 위한 자원을 확보하는 것도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루비오 후보자는 대북정책의 방향성은 대통령에게 달린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하면서도 “중요한 것은 김정은은 남은 생애 동안 권력을 유지해야 하는 40대 독재자”라며 “그는 핵무기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보험 정책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에게 핵무기가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어떤 제재도 (핵) 능력을 개발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며 “사실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것조차 막지 못했다”고 밝혔다.
루비오 후보자는 최근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는 사실을 언급하며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정책을 살펴보고 남북한간 의도하지 않은 전쟁 가능성을 줄이고 일본까지 포함될 수 있는 긴장 상황을 완화하며 궁극적으로 미국도 포함된 이 위기를 어떻게 예방할 수 있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루비오 후보자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게 될 경우, 한국·일본 등을 중심으로 ‘핵보유’ 주장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유했다. 전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후보자는 북한을 ‘핵능력 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지칭하면서 한국·일본 등 동맹국을 중심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사실상 핵무기 능력을 갖춘 국가로 보고 협상에 나서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고려한 것이다. 그는 “다른 국가들이 자국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진하도록 부추기지 않으면서도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일본 정부는 핵능력 보유국이라는 헤그세스 후보자의 발언에 “북한 비핵화는 한·미·일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일관되게 견지해 온 원칙”이라며 반박한 바 있다.
루비오 후보자는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나 역시도 매우 회의적이었다”면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다가갔으나 김정은은 두 번이나 협상을 거부했고 결국 지속 가능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그것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의 발전을 중지시킨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상황을 진정시키는 데는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상원의 대표적 ‘대중 강경파’ 의원으로 알려졌던 루비오 후보자답게 중국에 대해서는 거침없는 언사를 보였다. 그는 “중국은 억압, 거짓말, 속임수, 해킹, 도둑질을 통해 미국의 희생 속에서 글로벌 초강국의 지위에 올랐다”며 “가장 강력하고 위험하며, 미국이 지금까지 직면한 적 가운데 거의 대등한 적국(near-peer adversary)”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21세기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따라 정의될 것”이라며 미중 패권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임을 예고했다.
루비오 후보자는 대만에 대해서는 미국의 오랜 정책을 계속 이어나갈 것을 약속했다. 그는 중국이 향후 5년 안에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의 대만침략을 막기 위한 억제 전략을 지지했다.
그는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 개입 비용이 너무 높다고 결론짓는 것과 같은 극적인 변화가 없다면 우리는 이번 10년(2020년 1월~2029년 12월)이 끝나기 전에 이 일(중국의 대만 침공)을 다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오 지명자는 이른바 ‘고슴도치 전략’에 대해 “대만 침공의 비용이 이익보다 크게 만드는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이 ‘대만 침공에서 궁극적으로 승리할 수 있지만 비용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믿게 함으로써 그 뜻을 접도록 만들길 원한다”고 밝혔다.
“나토는 매우 중요한 동맹”
루비오 후보자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주장과 결이 다른 자신의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의원 시절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탈퇴하지 못하도록 한 법안을 제출한 그는 여전히 그 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나토를 “매우 중요한 동맹”이라고 부르고 트럼프 당선인 역시 나토 지지자라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유럽이 나토에 더 많은 방위 분담금을 기여해야 한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주장을 옹호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나토의 유럽 회원국에게 ‘공정한 몫’을 부담할 것을 주장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나토에 탈퇴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에 걸쳐 주장해왔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관련 질문이 나오지 않았지만, 루비오 후보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그는 푸틴을 ‘살인자’라고 부르며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첫 국무장관 후보였던 렉스 틸러슨에게 푸틴 대통령을 전쟁범죄자라고 규정할 것을 압박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에 대해서도 푸틴 대통령에 대해 “똑똑하고 터프하다”며 친밀감을 표한 트럼프 당선인과는 결이 다른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청문회에서 눈에 띄는 점은 루비오 후보자가 공화당 의원뿐만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지지를 받았다는 점이다. 진 샤힌(햄프셔) 민주당 의원은 개회사서 “당신이 국무장관으로서 일할 능력과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에 대한 인준 투표는 이르면 20일 실시될 전망이다. NYT는 “루비오는 양당의 강력한 지지를 받아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