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전산화' 갑론을박…"현실적으로 어려워"vs"의지 문제"

박순혁 "'트루웹' 등 전산화 시스템 이미 존재"
"특정 플랫폼 몰아주기…외국인 사용 강제 어려워"
당국, 6월까지 실시간 시스템 구축 가능 여부 검토
  • 등록 2023-12-27 오후 5:48:21

    수정 2023-12-27 오후 7:36:55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이 이 같은 개인투자자들의 요구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며 공매도 전산화 과정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공매도 잔고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외국계 증권사에까지 강제하기 어려운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증권사에 ‘잔고관리 시스템’ 도입을 의무화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게 유관기관의 지적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서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화 토론회가 열렸다.(사진=김보겸 기자)
한국거래소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을 수렴하기 위해 27일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화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투자자 측은 공매도 실시간 감시 시스템 도입 요구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2018년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주식 매매제도 개선 방안에서 실시간 주식 잔고 매매수량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불법 공매도 적발·차단 시스템 구축이 어렵다고 했는데 어불성설이며 의지만 있으면 구축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기명 한국거래소 주식시장부장은 “2018년 금융위가 발표한 개선 방안은 2020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일반매도, 차입공매도, 권리매도 등을 관리하는 기관이 분업화돼 정확한 잔고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등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검토의견으로 폐기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에서 대안으로 증권대차거래에 관한 정보 기록을 5년간 전산적으로 관리하고, 금융당국에서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개정했고, 2021년부터 시행 중”이라고 답했다.

‘배터리아저씨’ 박순혁 작가는 “개인이 공매도를 낼 경우 무차입 주문을 냈을 때 자동으로 걸러주는 시스템(트루웹)이 이미 출시됐고, 이를 적용하는 증권사가 있다”며 공매도 전산화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9년 금융당국으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트루웹은 주식 대차거래계약을 메신저나 이메일 등이 아닌 전산화 방식으로 기록하는 게 특징이다.

이 같은 박 작가의 주장에 유관기관은 ‘에퀴랜드’라는 해외 민간서비스를 통해 주로 대차거래를 하는 외국인투자자들에게까지 ‘트루웹’ 사용을 강제하기 어렵다고 대응했다. 홍문유 코스콤 부장은 “2021년 트루웹 개발사와 함께 검토도 했지만 공매도를 차단하거나 모니터링을 하려면 대차중개시스템만 갖고는 부족하다는 결론을 낸 바 있다”면서 “대차 중개 시스템과 장내 매매를 연계하면 거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점도 문제”라고 했다.

거래소는 실시간 잔고 파악 시스템보다 증권사에 ‘잔고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불법 공매도를 막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송 부장은 “기관 투자자는 매매거래내역과 차입주식 현황 등 자신의 매도 가능 잔고를 실시간으로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며 “잔고 관리 시스템을 의무화하고, 주문을 수탁받는 증권사가 해당 시스템의 구축 여부와 내부 통제시스템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 측은 공매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전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공매도 전산화에서 중요한 것은 비용보다 개인투자자 신뢰 회복”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은 추가적인 실시간 시스템 구축이 가능한지에 대해 태스크포스(TF)에서 검토한 뒤 내년 6월까지 공론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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