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8시30분께 서울지하철 5호선 공덕역 승강장. 형광색 조끼를 입은 지하철 안전요원이 지하철 스크린도어 앞에서 빨간색 지휘봉을 흔들며 잽싸게 타려는 사람을 막아섰다. 이미 열차는 만원인데다 지하철 문이 닫히는 순간이어서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열차가 출발하자 안전인력은 반대편 스크린도어로 이동하며 꼬여 있는 줄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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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계기로 일상적인 밀집장소에도 안전사고 우려가 재부각되면서 콩나물시루 같은 출퇴근길 지하철부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3일부터 출퇴근시간대에 혼잡도가 높은 지하철역 23곳에 안전인력 260명을 배치했다. 경찰청도 지난 4일부터 출퇴근시간대 시내 주요 16개 역에 1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안전관리·질서유지 중이다. 이전에도 지하철 보안관과 사회복무요원 등이 질서유지를 위해 현장에 투입됐는데, 인력이 추가 배치된 것이다.
2·4호선 환승역인 사당역에 배치된 안전요원들도 형광색 조끼를 착용하고 지휘봉을 든 채 연신 사람들을 향해 “뛰지 마세요”, “물러서세요”, “다음 열차 타세요”, “내리시는 분들 위해 조금만 벌려주실래요”라고 외쳤다. 이 역에 근무하는 직원 A씨는 “사당역은 워낙 사람도 많고, 장애인단체의 시위가 빈발했던 구간이어서 이전부터 주의를 갖고 지도해오던 역”이라며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 위험하니까 안전요원이 나서 동선을 조정해줘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전날 오전 1·2호선 환승역인 신도림역의 상황도 비슷했다. 안전요원들은 승강장에서 계단으로 이어지는 병목 지점에서 질서유지에 집중했다. 한 직원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도 병목현상이 일어나는 이곳만 잘 관리해도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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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역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31)씨는 “아침마다 혼잡해서 힘들 때가 많았는데, 사람들도 이태원 사고에서 느낀 게 있는지 안내를 잘 따라주는 것 같다”며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권모(27)씨는 “젊은 층은 그나마 인파 속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이 있지만, 노인분들은 넘어지거나 위험할 수 있다”면서 “노인분들이 지하철 안에서 힘들어하는 것을 종종 봐서 적절하게 사람들을 분산시켜주는 노력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신도림역에서 만난 정모(77)씨는 “지금은 질서유지한다고 열심히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흐지부지할 수 있다”면서 “생색내기가 아니라 계속해서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한 질서요원은 “‘내가 가겠다는데 당신이 왜 막냐, 늦으면 보상할 거냐’ 항의하는 분들도 있다”며 “예전보단 승객들이 자율적으로 질서를 지키려는 분위기이지만, 절서가 안전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좀 더 퍼졌으면 한다”고 했다.
전문가는 안전요원들의 전문성 강화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지하철에 안전요원을 추가 배치해 관리한다는 건 긍정적”이라면서도 “안전요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돼서, 좀 더 효과적인 관리가 될 수 있게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