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 블랙리스트 가담 오정희 홍보대사 위촉 논란(종합)

14일 도서전 첫날 긴 급항의 기자회견
“‘블랙리스트’ 사찰·검열·배제한 인물로,
블랙리스트 사건에 책임져야 할 사람”
문체부·출협에 공개사과·재발방지 촉구
  • 등록 2023-06-14 오후 5:03:17

    수정 2023-06-14 오후 5:12:25

14일 서울 코엑스에 전시된 ‘2023 서울국제도서전’ 홍보 포스터 앞으로 관람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날 문화예술단체들은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소설가 오정희 씨를 ‘2023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로 위촉한 것에 강하게 반발했다(사진=뉴스1).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서울국제도서전이 14일 개막 첫날 파행을 겪었다. 한국작가회의와 문화연대 등 문화예술단체는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연루 의혹이 있는 원로 소설가 오정희 씨를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에 위촉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도서전 개막 시간인 이날 오전 10시에 맞춰 행사장인 코엑스 동문 앞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기자회견을 열고, 주최 측인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와 문화체육관광부에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아울러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달라고도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오정희 소설가는 박근혜 정부 아래 블랙리스트 실행의 최대 온상이었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핵심 위원으로 있으면서 헌법에 보장된 표현과 사상, 양심, 출판의 자유 등을 은밀한 방식으로 위법하게 실행하는 데 앞장선 혐의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송경동 시인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 논란이 있는 오정희 소설가의 2023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 임명에 항의하며 시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을 위한 위원회(진상조사위) 조사와 백서 등에 따르면 ‘아르코문학창작기금사업, 우수문예발간지사업, 주목할만한작가사업 등’에서 사회참여적 예술인으로 지목된 블랙리스트들을 사찰, 검열, 배제하는데 앞장섰다”면서 “예술위(제5기) 위원이자 위원장 직무대행으로서 2015년 블랙리스트 사건들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 사람”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블랙리스트 사건의 핵심 실행자 중의 한 사람이 국가를 대표하는 서울국제도서전의 ‘얼굴’로 알려진다는 것은 한국사회 문화예술과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며 치욕에 다름없는 일”이라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문학은 폭력에 불가하다’, ‘부패한 문학권력 앞에서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피켓을 들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뒤 개막식 행사장에 진입하려는 과정에서 이를 막으려는 대통령경호처 경호원들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가 축사를 위해 참석했다.

오정희 작가는 국내 여성문학의 원류로 평가받는 원로 문인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제5기 예술위원 및 위원장 직무대행으로 활동한 오 작가는 지난 2015아르코문학창작기금사업 등의 심사과정에서 발생한 ‘블랙리스트’ 배제 사건에 가담했거나 이를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앞서 출협은 오 작가를 포함한 여성 문인 6명을 도서전의 홍보대사 격인 ‘도서전 얼굴’에 위촉한 바 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국작가회의, 블랙리스트 이후,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영화계 블랙리스트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모임, 우리만화연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민예총 등이 참여했다.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동문 앞에서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이 2023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에 위촉된 오정희 소설가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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