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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식민지였던 아일랜드, 팔레스타인 아픔에 공감
현재는 외교관계 단절 위기까지 왔지만, 1920~1930년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아일랜드는 유대인의 시온주의 운동을 가장 강력하게 지지했던 국가였다. 아일랜드는 영국 점령에 맞서 싸운 자신의 역사적 투쟁과 유대인의 자결권 투쟁을 연관시키며 이를 옹호했다.
그러나 나라 잃은 민족에 대한 역사적 공감대는 유대인이 영국이 떠난 팔레스타인을 유엔이 제시한 팔레스타인 분할안에 근거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를 차지하고 이스라엘 건국을 선언하면서 역으로 작용했다. 아일랜드는 이스라엘의 건국을 영국의 식민통치와 권력 게임의 산물로 여겼고, 팔레스타인의 아픔을 자신들의 아픔과 동일시했다. 예루살렘은 유대인, 기독교인, 이슬람교인 모두에게 중요한 성지로 특정 국가 통치 아래 두어서는 안 된다는 바티칸의 입장도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의 입장에 영향을 미쳤다. 결국 아일랜드는 이스라엘 독립선언 이후 15년이 지난 1963년이 되어서야 이스라엘을 정식국가로 승인했다.
아일랜드가 이스라엘을 정식국가로 승인된 이후에도 팔레스타인 문제는 아일랜드와 이스라엘 사이의 ‘뜨거운 감자’였다. 아일랜드는 유럽연합(EU)에 팔레스타인 국가설립을 가장 먼저 요구한 국가이며 가장 먼저 이를 공식지지한 국가이기도 하다. 특히 2007년 6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가 강경 무장정파인 하마스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된 것을 계기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더욱 혹독한 정책을 펼치면서 양국의 갈등은 더욱 격화됐다.
70년 평화유지군 역사…가자·레바논 민간인 피해 목소리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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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에서 평화유지군으로도 근무한 그는 “레바논과 아일랜드와의 뿌리는 너무 깊어서 이스라엘 국경에 가까운 아일랜드 작전 지역에는 아일랜드식 악센트로 영어로 구사하는 레바논 사람들이 있을 정도”라며 1996년 이스라엘의 악명높은 분노의 포도 작전 당시 젊은 장교였던 나는 노인, 장애인, 그리고 아기를 모유수유하는 젊은 엄마들이 IDF의 표적이 돼 학살당하는 장면을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레바논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며 “현재 가지지구와 레바논의 IDF는 화력 정찰(reconnaissance by fire)이라는 교리(독트린)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군대가 전진하면서 마주치는 모든 것과 모든 사람에게 선제적으로 사격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양국의 갈등은 아일랜드, 노르웨이, 스페인 등 유럽국가 3곳이 지난 5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인정하면서 더욱 격렬해졌다. 이스라엘은 이들의 발표에 반발해 해당 국가에 주재 중인 자국 대사를 즉시 귀국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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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지난주 아일랜드 정부가 이스라엘에 전쟁범죄 혐의를 제기한 남아프리카공화국 ICC 소송에 동참하기로 결정하면서 마침내 이스라엘 정부가 대사관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아일랜드는 이스라엘의 대사관 철수에도 텔아비브에 있는 대사관을 철수하지 않을 방침이다. 다만 더아일리시타임스는 이스라엘이 텔아비브에 있는 아일랜드 대사관이나 팔레스타인에 있는 아일랜드 대표 사무소에 대한 허가를 취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양국의 갈등은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스라엘 국영 항공사인 엘알은 지난 2월 가자 전쟁 이후 고객 수요가 변화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시작한 더블린행 직항편을 운행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이스라엘로 돌아온 다나 에를리히 주아일랜드 이스라엘 대사는 “아일랜드에 투자한 이스라엘인들이 투자를 거둬드리거나 아일랜드로 이주한 이스라엘인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거나 이스라엘로 돌아오고 있다”며 기술허브로서의 아일랜드 지위가 위협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일랜드 역시 이스라엘에 대한 자체 경제 제재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지난 4월 아일랜드의 국부펀드인 아일랜드전략투자펀드(ISIF)는 팔레스타인 점령지에 관여한 이스라엘 기업 6곳에서 투자금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아일랜드는 지난 8월 EU 최초로 이스라엘 군사장비 구매를 중단한 국가이기도 하다. 아일랜드는 지난 20년간 드론, 탄약, 레이더시스템 등 2000만유로(301억원) 규모의 군사장비를 구매한 큰 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