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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서울남부지검에서 ‘테라·루나 폭락 사태’ 사건을 수사하던 이 모 검사가 지난 2월 퇴직하고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를 변호하는 로펌에 취업한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심지어 해당 로펌은 이 변호사를 영입하면서 ‘테라·루나 사건을 수사한 경험이 있는 인물’이라고 홍보했다가 뒤늦게 문구를 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각계는 공분을 금치 못하며 문제의 이 변호사와 로펌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법조계 관계자들은 당장 이 변호사를 제재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고 입을 모읍니다. 일단 우리 법은 검사가 퇴직 전 1년 동안 맡았던 사건을 퇴직 후 1년 동안 수임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변호사는 로펌에 취업하긴 했어도 신현성 전 대표의 변호인으로 직접 선임된 것은 아닙니다.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이헌 변호사는 “이 변호사가 신 전 대표 변호에 개입하면 명백한 변호사법, 변호사윤리장전 위반이나 일단 로펌에 취업한 것 자체로 처벌한 근거는 없다”고 짚었습니다.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김한규 변호사 역시 “자신이 검사 시절에 맡았던 사건을 수임해선 안 된다는 건 법적으로 분명히 명시돼 있지만 로펌 취업 자체를 규제하는 내용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사건 직접 안 맡아도 수사정보 ‘몰래 귀띔’ 우려…전문가 “실제로 그랬다간 걸린다”
이 변호사가 신 전 대표를 직접 변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무실 으슥한 구석으로 담당 변호사를 불러 관련 정보를 흘려줄 것이란 우려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그러한 행각을 벌여도 발각될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으며, 실제로 그런 사태가 현실화되면 이 변호사는 무거운 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게 전문가의 전망입니다.
이헌 변호사는 “변호인 쪽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입수할 수 없는 수사정보나 기밀을 알고 있다면 십중팔구 이 변호사의 개입이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이를 가장 잘 감지할 수 있는 건 수사 주체인 검찰이고, 검찰은 즉시 변호사단체에 이 변호사의 징계를 요구하는 등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실제로 이원석 검찰총장은 전관인 이 변호사와 현직 수사팀 관계자가 몰래 수사 정보를 주고받는 사태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최근 서울남부지검에 이 변호사와 접촉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아무리 전관 변호사를 상대하더라도 검찰 입장에서는 전관 모시기보다 승소가 더 중요하다”며 “ 국민적 관심이 쏠린 초대형 사건인데다 검찰총장까지 이례적인 엄포를 놓은 상황에서 목숨 걸고 수사정보를 넘겨줄 이유가 적어 보인다”고 짚었습니다.
명령을 위반한 접촉, 또는 정보유출 시 예상되는 징계 수위에 대해서는 “수사 기밀을 얼마나 넘겨줬는지, 결과적으로 재판에 어떤 악영향을 초래 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문제의 검사나 변호사 양측 모두 정직 이상의 중징계와 사회적 평판 훼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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