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최형원)는 백 전 장관에 대해 13개 산하기관장 사직서 징구, A 산하기관의 후임기관장 임명 관련 부당 지원, B 산하기관이 후임기관장 임명 전 시행한 내부인사 취소 지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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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앞서 유죄가 확정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이어 산업부·교육부·통일부 등에서도 부처장들이 산하 공공기관장들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점에 비춰볼 때 이들 사퇴 종용이 ‘윗선’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당시 사표를 냈던 각 공공기관 임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마쳤고 사퇴 압박 과정에서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언급됐다는 진술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불법감찰·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고발당한 사건이 검찰 일선 수사팀에 배당된 사실도 알려지면서 해당 의혹과 관련해 주요한 단서를 포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잇따른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일 오전 백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4시간가량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사퇴 종용 여부와 더불어 청와대와의 사전교감 여부도 집중적으로 추궁했지만, 백 전 장관은 자신은 산하기관장들이 사직서를 낸 이유를 모르고, 청와대 지시도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점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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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검찰은 지난 2019년 3월 임기가 남은 산하기관 임원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한 혐의를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당시 검찰은 김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해 임원교체에 청와대 관계자들이 관여했는지도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었지만 법원은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며 기각을 결정했고 결국 김 전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됐다.
그러나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윗선을 겨냥한 수사 동력은 상실되고 백 전 장관을 기소하는 수준에서 일단락될 전망이다. 이럴 경우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실제로 민주당은 2019년에 접수된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가 최근 재개된 데 대해 대선 결과에 따른 ‘정치보복 수사’ ‘코드 맞추기 수사’라며 거듭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검찰 출신 박인한 변호사는 “가뜩이나 검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높아진 상황에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허투루 발부하는 등 무리수를 둘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며 “압수수색 및 소환조사 등 통상적인 수사 절차를 거쳐 영장을 발부한 것을 정치보복으로 모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권력형비리 의혹 등 지능화된 범죄에 대한 수사는 신속성이 특히 중요하다”며 “의혹에 연루된 주요 관계자들이 입맞추기나 증거인멸에 나설 수도 있는 만큼 수사에 속도를 내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