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인터넷 은행의 파킹통장을 웃도는 예치금 이용료율(이자율)을 내걸고 경쟁하고 있다. 연 1%대인 증권사들의 예치금 이용료율과 비교해도 훨씬 높다. 신규 가입자 수가 늘어나는 등 효과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다만 지금과 같은 수준의 예치금 이용료율을 유지할 수 없을 경우, 가입자 증가 효과도 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높다.
| (사진=픽사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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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5대 원화거래소들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에 따라 지난 19일부터 고객들에게 예치금 이용료를 지급한다. 거래소별 이자율은 △업비트 2.1% △빗썸 2.2% △코인원 1.0% △코빗 2.5% △고팍스 1.3%다.
거래소 중 가장 높은 이자율을 내건 코빗은 시중 인터넷 은행들의 파킹통장 금리와 비교해도 크게 높은 수준이다. 국내 주요 인터넷 은행인 케이뱅크는 2.3%다.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는 2%다. 이처럼 주요 거래소들이 높은 이용료율을 내세운 배경에는 신규 투자자 유치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
앞서 주요 거래소들은 예치금 이용료율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용자보호법 시행일이었던 지난 19일 업비트는 이용료율을 1.3%로 결정했다. 약 한 시간 뒤 빗썸은 2%를 발표했다. 이 모습을 본 업비트는 다시 이용료율을 2.1%로 공지했고, 빗썸도 재차 2.2%로 이용료율을 올렸다. 마지막으로 20일 새벽 코빗이 기존 1.5%에서 업계 최고 수준인 2.5%를 선택하며 초반 기싸움이 마무리됐다.
지급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 먼저 코빗은 타 거래소들과는 달리 매월 세 번째 영업일에 예치금 이자를 지급한다. 1년 기준으로는 12번이다. 업비트는 매분기 첫날로부터 10일 이내, 빗썸은 매일 밤 11시59분59초 원화 잔액 기준으로 발생한 이자를 지급한다. 정확한 주기는 첫 지급일인 오는 10월 10일 이후 별도 안내할 예정이다. 코인원은 매일 밤 12시 잔액을 기준으로 이자를 산정해 각 분기 다음 월 첫 영업일에 지급할 예정이다. 고팍스 또한 매일 자정 원화 예치금 기준으로 산정해 매 분기 다음 월 10영업일 이내 지급한다. 이자는 원천징수 세액(15.4%)를 공제 후 지급된다.
이미 코빗은 업계 최고 예치금 이용료율 발표에 따른 효과를 보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약 3일간 전월 대비 신규 가입자가 5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코빗 관계자는 “지난달과 비교했을 때 이 같은 변화는 예치금 이용료율 2.5%를 발표한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코빗이 예치금 이용료율 2.5%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치금 이용료 지급에 따른 가입자 증가 효과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높은 이용료율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이용자가 쉽게 떠날 수 있어서다. 앞서 수수료 무료 정책을 펼쳤던 빗썸 또한 점유율을 크게 늘렸으나 정책이 종료되자 효과가 사라진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구조라면 고객들이 이용료율 변화에 따라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경쟁사가 금리를 얼마나 제공하느냐에 따라 상황도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