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3사의 세부 전략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도달하고자 하는 기술 목표는 하나다. 배터리가 지금보다 싸고 가벼우며 충전 속도가 훨씬 더 빨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배터리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신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는 데는 현재 양산하는 배터리로는 절대 내연기관차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공통된 인식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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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24년 전인 2000년부터 자동차용 중대형전지 개발을 이어온 LG에너지솔루션조차 양산 과정에서 도달하지 못한 기술이 있다. 바로 건식 공정이다. 양극재와 음극재를 기판 위에 올리는 배터리 전극 공정은 활물질과 도전재, 바인더를 용매에 섞어 슬러리 형태로 만든 뒤 집전체 위에 도포하는 습식 공정 방식을 쓴다. 이를 다시 건조하는 과정이 필수인데, 이때 일부 도전재와 바인더가 함께 건조돼 표면이 울퉁불퉁해지고 품질 불균형을 일으켜 배터리 성능 저하를 유발하게 된다.
건식 공정은 슬러리로 만드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직접 집전체에 전극 소재를 바른다. 건조 과정이 생략되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 열 에너지 사용 비용 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슬러리 상태가 아닌 소재를 균일하게 도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테슬라가 ‘차량 50% 비용 절감 프로세스’를 통해 건식 공정을 도입했다는 소식에 업계가 들썩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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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는 이 같은 목표 달성에 전고체 배터리가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미 하이니켈 삼원계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소재적으로 기술력이 상향 평준화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은 “배터리 소재의 퀀텀점프는 전고체”라며 “주행거리가 길어지고 충전 속도가 빨라지려면 에너지 밀도가 올라가야 하는데 전고체 배터리의 빠른 론칭이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전고체 배터리 대중화를 앞당기는 건 원가 절감과 대량 생산 설비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 부사장은 “삼성SDI도 보통의 리튬메탈 전고체를 개발할 것이냐 하면 우린 그러지 않겠다”라며 “리튬메탈을 사용하지 않고 양극에서 나오는 리튬을 이용해 전지를 구동하는 무음극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삼성SDI 전고체 전략은 LFP가 아닌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다. 고 부사장은 “LFP를 쓸 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에너지 밀도가 낮은 전고체 전지도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전고체를 하는 이유는 ‘점프’이기 때문에 하이니켈 NCA를 기반으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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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충전의 관건은 에너지 밀도를 얼마나 잃지 않고 속도를 끌어 올리느냐에 달려 있다. 이존하 SK온 부사장은 “충전 속도를 높이면 어쩔 수 없이 에너지 밀도를 희생하는 상황이 되고 그럼 배터리 비용도 오르게 된다”며 “그래서 기술적으로는 7분까지 개발이 됐지만 10분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고 했다.
SK온은 배터리 업계 후발 주자인 만큼 특정 배터리 폼팩터(형태)나 원료에 매여 있지 않다. 그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 부사장은 “코발트-프리나 LFP 등 다양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소듐(나트륨이온)배터리도 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목받지 못했지만 저가 측면에서는 미래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