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화석연료의 시대는 끝났다. 우리는 이제 에너지뿐만 아니라 사회·경제 전체의 대전환을 해야 한다. 만약 연착륙하다면 우리는 또 다른 ‘기회’를 얻게 될 것인지만 실패한다면 우리는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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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신라호텔에서 ‘기후위기: 가능성 있는 미래로의 초대’를 주제로 열린 제13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세션4의 연사들은 한 목소리로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주문했다. 지난해 국제에너지기구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총발전량 자료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홍종호 교수는 “이는 절대 정당화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힘줘 말했다.
반면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업이 필요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한다는 RE100은 참여를 선언한 글로벌 기업이 협력사들에게도 이를 지키라고 요구하면서 일종의 무역장벽이 되고 있다. 유럽의회에서 뜨겁게 논의 중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규제 수위가 문제일 뿐 도입은 예정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홍 교수는 에너지 대전환 가속화를 위한 5대 과제를 새 정부에 제언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구축 △전기요금 정상화 △전력산업 및 전력시장 선진화 △에너지 효율 향상 및 순환경제 촉진 △탈탄소 조세제도 추진이다.
홍 교수는 전력사업의 전면개편을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10위 내 경제 대국 중 한 회사에서 전기 발전·판매까지 다루는 구조는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가 힘들다”며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시장 참여자를 늘리기 위해 시장을 개방하고 긍정적인 의미의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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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용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에너지 대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에 초점을 맞췄다. 저탄소·친환경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이 ‘에너지 전환비용’이라면,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소하는 데 드는 비용은 사회적 비용이다. 에너지 대전환의 성공 여부는 이 사회적 비용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려있다. 정 교수는 이를 ‘정의로운 전환’이라고 불렀다.
예를 들어 그는 전기요금 상승은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라고 지적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이를 감당하기 힘든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복지 정책 측면에서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또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좌초할 수밖에 없는 석탄·원유 등 기존 화석연료와 관련된 기존 산업들이 새로운 기류에 적응하고 신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독일이 탄광 지역을 수소 발전 산업 지역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언급하며 “좌초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서는 노동부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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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에너지 대전환이 한국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강국의 기준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0년간 자국 영토에 에너지가 많은 국가가 에너지 강국이었다면 이젠 무형의 자원을 많이 보유한 나라가 새로운 에너지 강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했다. 각종 기술력이 뛰어난 우리나라가 화석연료 시대에서 탈탄소 시대로 에너지 대전환을 이룩하는 과정에서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동시에 우리 나라는 가장 큰 난관과 고통을 받을 나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김 교수는 한국은 에너지 전환의 고통을 줄이는 전략과 전환의 과실을 키우는 ‘투트랙 전략’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먼저 수십년 간 과거 에너지와 미래 에너지가 공존할 텐데 이 시기에 과거 에너지를 신재생 에너지로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표적으로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을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원자력 에너지에 대해 “신재생에너지는 초기에 낮은 경제성과 기술적 한계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며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에너지 전환이 필요한 기업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김 교수는 중소기업에 대해 업종별 맞춤형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에너지 전환 압력이 큰 산업군에 대해 공정전환기금조성, 업종 전환, 교육과 직업훈련 등 지원을 해야 한다”며 “그중에서도 중소기업은 탄소배출 원인과 감축 수단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표준화된 지원이 아닌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