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직 이탈이 ‘중대한 부정적 영향’?…MBK, NH證 자금 조달 변수 될까

공개매수 자금 3분의2 NH證에서 조달
MBK 인수시 핵심기술직 대거 퇴사 예고
중대한 부정적 영향(MAC) 조항 위반 우려
“모든 인수금융에 통상적으로 넣는 조항”
  • 등록 2024-09-27 오후 5:34:41

    수정 2024-09-27 오후 5:34:41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고려아연(010130)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 MBK파트너스는 전체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의 3분의 2를 NH투자증권에서 빌린다. 이번 공개매수를 위해 MBK파트너스가 NH투자증권에서 빌리는 자금만 1조 5000억원이 넘는다.

그런데 고려아연 핵심기술인력들이 MBK파트너스 인수시 집단 퇴사를 예고하면서 ‘중대한 부정적 영향(MAC) 조항’이 우려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기술직 이탈과 노조 반대, 협력사 반발 등이 중대한 부정적 영향으로 읽힐 경우 NH투자증권의 자금 대여가 무효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사진=MBK파트너스)
NH證-MBK 간 MAC 조항 발동 가능성 제기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이번 공개매수에 필요한 2조2686억원의 자금 중 66%에 해당하는 1조 5000억원을 NH투자증권을 통해 차입 조달한다. 해당 자금은 오는 30일까지 한국기업투자홀딩스(MBK) 명의의 NH투자증권 계좌에 예치될 예정이다. 이 자금은 공개매수 청약종료일(10월 4일) 이후 인출될 예정이다.

일각에서 MAC 조항을 문제로 NH투자증권으로부터의 차입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대한 부정적 영향’으로 해석할 수 있는 MAC 조항은 계약 이후 발생한 중대한 상황으로 거래를 무효화할 수 있는 조항이다. 양측 거래에서 부정적 요인들이 대두하면서 MBK파트너스와 NH투자증권이 맺은 계약에 포함된 MAC 조항으로 계약이 파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앞서 고려아연의 핵심 기술인력은 MBK파트너스의 경영권 장악 시 전원 사표를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 부회장은 “영풍 및 MBK에 회사가 넘어가게 되면 우리 기술자들은 다 그만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려아연 노조는 파업 가능성을 제기했고, 고려아연 고객사들 역시 MBK파트너스 인수 이후 주요 제품의 품질 저하를 우려하고 나섰다.

예외사항 많은 MAC 조항…실제 판례 찾기 어려워

다만 MAC 조항은 국내에선 판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실제 적용된 사례가 적다. 모든 인수금융에 관행적으로 들어가는 조항인 만큼 예외사항을 다양하게 둬서다. 인수합병(M&A)이 활발한 해외에서도 MAC 조항은 매우 보수적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있다. 매수인이 MAC 조항을 근거로 수시로 계약파기를 요구하지 않도록 권한 행사도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

국내에서 MAC 조항을 인정한 대표 사례는 2020년 토니모리 판결이 있다. 토니모리는 2017년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면서 태극제약 지분 47.6%를 140여억원에 인수했다. 그런데 태극제약이 계약 체결 당시 수십억원의 국고 보조금 환수가 예정된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서 문제가 됐다. 실제 거래 종결 전에 환수 처분이 나왔다. 토니모리는 MAC 조항을 이유로 자사의 주주이익 보호를 위해 계약해지를 결정했고, 법정 다툼 끝에 재판부는 이를 중대한 부정적 영향이나 이를 미칠 우려가 있는 법적 절차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실제 계약에서 MAC 조항을 근거로 계약이 무효화된 사례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디엘지의 안희철 변호사는 “실무적으로 MAC 조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판례를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몇 가지 사안을 제외하고는 MAC 조항 위반을 이유로 거래종결거부권이나 계약해제권을 인정한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MAC 조항은 모든 인수금융에 들어가는 일반적인 조항”이라며 “NH투자증권에서 빌리는 자금도 공개매수 상황 때 잠깐 빌리는 브릿지론(단기 차입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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