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정부와 정치권이 시행 1년을 맞은 스토킹처벌법 개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우리나라도 미국과 영국처럼 ‘스토킹 행위’를 열거식이 아닌 개방형으로 정의해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단 주장이 나왔다.
| 여성가족부폐지 저지를 위한 공동행동(여가부폐지 저지 공동행동)은 19일 오후 서울 중구 YWCA 페이지명동에서 ‘신당역 여성살해사건을 통해 바라본 스토킹 처벌법과 정부의 역할’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사진=황병서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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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폐지 저지를 위한 공동행동(여가부폐지 저지 공동행동)은 19일 오후 서울 중구 YWCA 페이지명동에서 ‘신당역 여성살해사건을 통해 바라본 스토킹 처벌법과 정부의 역할’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최근 발생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을 계기로 스토킹처벌법의 한계를 짚고 개정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했단 게 주최 측 설명이다.
박인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위원회 변호사는 △스토킹범죄의 정의 규정 개정 △반의사불벌죄 폐지 △응급조치·잠정조치 보완 △피해자보호명령·스토킹 피해자 보호를 위한 특례 규정 도입 등을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먼저 현행 스토킹처벌법의 스토킹행위 정의는 열거방식이어서 다양한 스토킹 행위를 처벌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행위, 공개 게시판이나 사회연결망서비스(SNS)등에서 게시물 게시하는 행위, 피해자나 피해자의 주변인을 사칭하는 행위 등을 스토킹처벌법상 스토킹행위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스토킹행위에 열린 정의를 내리고 있는 나라들도 소개했다. 미국은 모든 주에서 스토킹 범죄를 구성하는 요건을 ‘반복된 일련의 행위’와 ‘현실적 두려움’로 본다. 영국은 괴롭힘방지법에서 ‘타인을 괴롭힐 목적으로 따라다니는 것’으로 명시한다. 박 변호사는 “해외 입법례를 살펴보면 미국과 영국 등의 개방형 규정이 다양한 스토킹 행위에 대해서 처벌의 공백을 막을 수 있다”면서 “국내에서는 아동복지법 및 아동학대 처벌법이 정의를 보다 개방형으로 사용하고 있어 참고할 만한 현행법령”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예를 들어 ‘스토킹이란 직접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상대방 또는 상대방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의 생명, 신체, 생활상의 안전을 위협함으로써 상대방의 생활상의 평온을 해하는 일련의 행위’ 등의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반의사불벌죄 규정 폐지도 주장했다. 가해자가 합의를 목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스토킹을 지속하는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이유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스토킹처벌법이 적용된 사건 중 29%가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표시로 인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긴급응급조치 위반에 대해서는 과태료 규정만 있어,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정폭력범죄의 경우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서 판사가 피해자보호명령 등을 요청할 수 있는 만큼, 이 내용을 스토킹처벌법에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박 변호사는 “판사의 직권 또는 피해자 청구 등으로 스토킹범죄에 따른 신변안전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