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글랜우드PE와 약 5개월여간 제약 사업부 매각 협상을 이어오던 SK케미칼이 매각을 철회했다. 글랜우드PE는 지난해 9월 SK케미칼과 제약 사업부 인수를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실사를 진행했다. 바이오 기업 인수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글랜우드PE는 LG화학부 진단사업부를 인수했던 글랜우드 2호 블라인드펀드(9000억원)를 통해 투자할 계획이었다.
SK케미칼 실적 부진 속 제약 사업부 최대 매출
이번 딜이 무산된 데에는 SK케미칼의 실적 부진 등 업황 악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연결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이 846억원으로 전년보다 63.3%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도 1조7488억원으로 전년 대비 4.4% 감소했다.
SK케미칼의 실적 부진은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와 주요 사업인 그린케미칼의 실적 악화에 의한 것으로 그린케미칼의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한 1979억원, 영업이익은 46.3% 하락한 179억원을 기록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 국면에 따라 매출은 36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1%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119억원으로 적자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SK케미칼은 제약 사업부 매각 후 차세대 성장동력인 그린케미칼 사업부에 대한 대규모 투자 청사진을 그렸다. 매각을 통해 현금 흐름을 개선하고 그린케미칼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었는데 해당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4번째 매각 실패…매각가 관련 합의 불발?
그러나 글랜우드PE가 이번 인수에 동원하려고 했던 글랜우드 2호 블라인드펀드는 9000억원 규모로 현재 절반 이상의 드라이 파우더(미소진 약정액)이 남아있다. 여기에 대신PE가 참여해 500억원 수준의 인수 대금을 지원하기로 했고 그 외 기관투자자(LP)들로부터 인수금융을 동원해 대금을 확보한 상태였다.
SK케미칼은 지난 2022년에도 제약 사업부 매각에 나섰지만 철회해 이번이 공식적으로는 4번째 매각 실패다. 당시에도 사모펀드 등을 포함해 세 곳의 원매자와 협상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때문에 앞으로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사모펀드 영향력이 축소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글랜우드PE가 LG화학 진단사업부 인수와 더불어 SK케미칼 제약 사업부 인수로 시너지를 내려 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볼트온 거래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