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야권의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말은 들어맞았다. 당 안팎에서 자신을 비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김 위원장은 ‘킹메이커’로서 리더십과 능력을 재차 증명했다. 벌써부터 재보선 이후 김 위원장의 역할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서울시장 후보 간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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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23일 야권 단일화 결과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1야당의 오세훈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된다는 건 상식”이라고 말했다. 특히 향후 본인의 역할론에는 “오 후보가 단일후보가 됨으로써, 내가 국민의힘에 와서 할 수 있는 일의 90%는 다 했다”며 “나머지 10%를 더해서 오 후보를 시장에 당선시키면 내가 국민의힘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제1야당인 국민의힘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임을 누차 강조해왔다. 지난해 12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차기 대권을 접고 서울시장 출마 선언 이후 우위를 보였을 때도 김 위원장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되레 그는 ‘3자 구도로 가도 국민의힘 후보가 이긴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단일화 파트너인 안 대표를 향해 “정신이 이상한 것 같다”며 인신공격성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단일화 협상이 지난 19일 후보등록일을 넘어갔고, 이는 김 위원장의 ‘몽니’ 때문이라는 비판도 제기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로서 당에 승리를 안겨줬기 때문에, 비판론자들은 당분간 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거둬들일 것으로 보인다.
이 기세를 몰아 오 후보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까지 꺾고 본선마저 승리한다면, 김 위원장의 임기가 내년 대선까지 연장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그는 자신의 임기를 4월 7일 재보선까지로 수차례 못을 박았었다. 다만 재보선 승리로 정권 교체 교두보를 만들어낸다면 당 안팎에서 대표 추대론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재보선 이후 야권의 재편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구심점 역할을 맡을 수 있다. 1년 간 당을 맡으며 중도 외연 확장에 힘쓴 김 위원장만이 ‘반문재인’ 세력은 물론 개혁보수 및 중도층까지 흡수할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시사한 안 대표를 비롯해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연대도 기대해볼만하다.
이에 대해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이기면 큰 이점이 생기겠지만, 당내에는 김 위원장이 물러나길 기다리는 사람이 꽤 많다”면서도 “그는 다음 대선까지 큰 그림을 그리고 싶어할 것이다. (당을 더 맡아달란) 요구가 나오면 못 이기는 척 나올 생각은 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