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단련된 마음과 몸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 그러나 그들도 사람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소방청에서 제출 받은 ‘소방공무원 건강 진단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소방공무원 정기 검진 실시자 6만2453명 중 4만5453명(72.7%)이 건강 이상으로 관찰이 필요하거나 질병 소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 이상자 중 6242명(13.7%)은 직업병으로 인한 건강 이상으로 확인됐다.
이상 동기 범죄 빈발,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해 점차 복잡해지고 대형화되는 복합 재난 등 갈수록 흉흉하고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 매일 희망을 찾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농연(濃煙) 속으로 주저 없이 들어가는 일선 소방관들. 평범하지만 위대한 그들의 일상적인 감동 스토리를 널리 알려 독자들의 소방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소방관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고취하고자 기획 시리즈 ‘매일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사람들’을 지난해 11월 9일 ‘소방의 날’을 시작으로 매주 한 편씩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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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한 응급환자 병원 이송 건이었다. 다행히 그날은 햇볕도 들고 바람도 불지 않는 날이었다. 강 소방관 등 구급 대원들은 재빨리 준비를 마치고 헬기에 올랐다. 이륙 후 환자 상태 확인을 위해 항공대 상황실 및 현장 구급대와 메신저로 정보를 공유했다. 헬기 소음 탓에 전화 통화는 어려웠다.
환자를 헬기에 태우고 충남 천안의 단국대병원으로 향했다. 헬기가 이륙하자 헬기 안에서 구급 대원 간에 바쁜 대화가 오가기 시작했다. 강 소방관은 “반장님 기관 내 삽관 위치부터 확인하고 활력 징후 측정하겠습니다”라며 환자 상태 확인에 들어갔다. 헬기 안에서는 청진기가 무용지물이기에 호기말 이산화탄소(EtCO2) 분압 측정 장비를 이용해 기관 삽관이 잘 돼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이는 산소를 마시고 다시 내쉴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측정하는 것으로 환자의 의식 상태를 확인하는 절차다. 강 소방관은 이산화탄소 농도 측정 후 활력 징후까지 확인하고 외쳤다. “반장님 ETCO2 33mmHg, 혈압 120(수축기)/80(이완기), 맥박 130회, 혈중 산소 포화도(SpO2) 99%입니다” 그러면서 환자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상태를 다시 확인했다. 머리 쪽에 큰 부종이 있었지만 그 외에 눈에 띄는 큰 외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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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도착을 불과 3분 가량 남겨 두고 환자의 손가락 끝에 느껴져야 할 맥박이 느껴지지 않았다. 강 소방관은 “반장님! 심폐소생술(CPR)!”라고 외치며 환자에게 흉부 압박을 시행했다. 강 소방관은 마음속으로 병원 의료진에게 인계할 때까지 환자에게 조금만 더 견뎌 달라고 간절히 외쳤다. 하지만 이 같은 강 소방관의 염원에도 환자는 병원 의료진에 인계할 때까지 깨어나지 않았다.
그는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환자를 살리지 못했다”며 “‘조금만 더 일찍 병원에 도착했다거나 사고가 난 지점에 큰 병원이 있어 바로 수술을 받았다면 괜찮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면서 “지방에도 심뇌혈관질환 응급 수술 및 중증외상환자 수술도 가능한 의사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 안타까운 마음뿐”이라고 덧붙였다.
강 소방관은 내년 충남 지역에 예정된 소방 헬기 추가 도입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그는 “충남에 헬기가 한 대뿐이어서 헬기가 정비 중일 때는 헬기 출동에 공백이 생겨 출동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내년에 충남에 소방 헬기가 추가 도입될 예정이고, 작년부터 소방청에서 전국 소방헬기 통합 출동 체계를 구축 중이라 기대감이 크다”고 했다. 소방청은 지난 1월 관할 구역 구분 없이 가장 가깝고 임무 수행에 적합한 소방헬기를 출동시키는 ‘소방헬기 국가 통합 출동 시범 운영’을 올해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 소방관은 “응급의료 취약 지역에서도 모든 국민들이 최상의 응급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그들의 골든 아워를 사수하겠다”며 “환자가 길바닥에 내쳐지는 일이 없도록 365일 빈틈없이 이륙 준비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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